낙서장

모래밭

마음의행로 2011. 10. 20. 11:46

  70년대 후반 여의도에서 근무 할 때 이었다.

여의도에는 크나 큰 광장이 있었다. 매년 국군의 날 행사를 이 곳에서 치르곤 한 곳이다.

지금은 공원으로 변하여 버렸지만 말이다.

이 여의도 땅은 한강 변에 있어서 옛날에는 한강의 일부인 셈이다.

그래서 땅은 온통 모래와 자갈로 구성이 되어 있는 곳이다.

이곳에 쌍둥이 빌딩을 지었다. 당시만 해도 여의도 랜드마크 쯤으로 생각하고 지은 야심찬 작품이었다.

여의도에서 마포를 가려면 오른쪽에 두 건물을 발견 할 수가 있다.

이 빌딩을 짓기 위하여 땅을 파 헤쳐 깊이 들어가니 밤낮 나오는게 물이었다.

한쪽은 온 종일 물을 끌어 올리는 작업을 펌프가 해대고 있었다.

그 옆 약 150에서 200여 m 떨어진 곳에 아파트 단지가 있었다.

꽤나 비싼 아파트로 앞이 툭 트이고 넓어 살기 좋은 곳이었다.

어느날인가 부터 이 아파트에 금이 가기 시작을 하였다.

점점 금은 커져가더니 2-3cm 정도로 벌어져 상당히 심각하게 보였다.

원인 조사를 하고 난 아파트 주민은 난리가 났다.

옆에 지을려고 하는 쌍뚱이 빙딩의 땅파기 작업을 하면서 부터 원인이 발생 함을 알게 된 것이다.

너무 시끄러우면 아파트 가격이 떨어지고 안하면 우습게 볼 것 같고 해서,

아파트 주민들의 맘 고생도 심했을 것이다.

허나 잘사는 사람들로 구성이 되어 있는 곳이라 점잖게 문제를 해결하고 있었다.

건물도 완성되고 보상도 다 이루어 지고 나서 얼마쯤 있을 때 부터 아파트에 변화가 오기 시작하였다.

예전만 못하지만 금이 간 간격이 다시 좁혀지기 시작을 한 것이다.

공사가 끝이 나니 주변물을 다 뽑아 올려 품어 내던 작업이 없어지고

새로운 물이 차기 시작을 하니 모래 땅이 다시 살아나기 시작을 한 것이다.

모래 땅은 물이 빠지면 허물어 지게 마련인 이치가 여실하게 증명이 된 것이다.

 

애들을 기르면서 이것 저것 아끼고 줄여서 풍부하지는 못하지만 최선을 다해 길러 놓고,

그들이 자기 갈 길을 잘 찾아 갈 것이라고 믿었던 생각과 희망이 요즘은 사라져 가기 시작을 하더니

모래밭 물빠지는 것처럼 희망이 몸에서 나가니

몸에 힘조차 마져 빠져 나가고 있다.

모래와 물이라면 몸과 마음의 관계가 성립한 듯하다.

기다리고 기다리고 기다렸지만 기대하기에는 한계를 가지게 된 듯하다. 

그 한계가 어떤 변곡점을 이룰 것인가?  또 애들이나 우리부부에 어떤 의미를 부여하게 될 것인가?

심히 염려스럽지만 뭔가 결정을 하여야만 한다는 상황으로 가려고만 한다.

그래도 더 넓게 포용을 하는 것이 마땅한지, 아니면 새로운 방향으로 키를 돌려야 하는지....?

조심스럽고 불 안정하다.

길러 온 과거가 후회스럼도 없지 않지만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또 믿고 싶은 마음에 갈등이다.

착하고 정직하게 열심히 이 만큼 살아 왔고 애들만 결혼을 한다면 우리 부부에게는 더 바랠 것이 없겠으나

이 일이 잘 되지 않으니 큰 매듭으로 가슴에 남게 된다.

신의 축복이 우리 가정에는 이렇게 마무리 되어 가고 있구나 하는 생각을 몇 번이고 해 보는 오늘이다.

묘목도 자기가 태어나는 곳에서 떠나 영원히 자랄 곳으로 옮겨지고,

동물들도 어미를 떠나건만 사람은 어찌 때를 모르는 건지...?

오늘도 무심한 날이 지나가고 있다.

애들아 세상으로 빨리 나가 너희 꿈을 스스로 이루고 잘 살거라.

비 바람, 눈,가믐, 폭풍우 다 겪고 마디게 버티고 사는 것이 생의 기본이 아니겠니...

그곳에 터를 닦고 새 싹을 돋우우고 너희만의 희망을 가지고 살아가야  하지 않겠니...

그 곳엔 신의 어떤 축복이 너희를 기다리고 있지 않겠니...

생의 절반의 나이가  곧 다가오는 너희 앞에

새로운 삶의 길이 곧 펼쳐지기를 두손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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