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서장

모르는 여자

마음의행로 2012. 8. 26. 22:35

  성경을 펴서 사무엘하서 9장을 펼치란다.

찬송가도 펴고 노래를 하고 예배가 다 끝나니 여자가 자기 가방도 쥐어 주고

지하철까지 같이 간다.

다른 지하철을 타기 위해 바꾸어 타는데 역시 같이 간다.

지하철 안에서 옆 자리에 앉는다.

집에 거의 다와 갈 무렵,

이 여자에게 "모르는 여자가  왜 나를 따라 오느냐고" 물었다.

글쎄 나도 모르는 남자인데 왜 저를 따라 다니세요?

아파트로 함께 들어 갔다.

 

아침도 같이 먹고 청소도 하고 11시에 가까운 산에도 함께 했다.

손은 잡지 않았어도 이야기가 그다지 많지 않았어도

상대가 힘들면 쉬어가자 하고 목이 마를것 같으면 시원한 물을 꺼내 같이 마셨다.

정상에 다가 오자 가슴을 쭉 펴고 큰 호흡으로 스무번씩 깊은 숨을 들이쉬고 내 뱉는다.

적절한 나무 그늘을 찾아 오후를 조용히 함께 보냈다.

공기도 시원하여 좋고, 계곡 물소리도 들려서 좋았다.

산을 왜 오르냐고 한다면 늘 그자리에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을 해 왔다.

그곳에 가면 마음도 머리도 식혀지고 걱정 근심이 떠오르지를 않는다.

이 이야기 저 이야기 하다가 다섯시 반에 하산을 했다.

집에 가는 길에 골목시장에 들려서,

두부 두모, 단 호박 3통을 사들고 들어 왔다.

막내딸 집에 가지고 가려고 산 놓은 고구마랑 함께 쪄 식혀 놓았다가

내일 가지고 가려고 한다.

시원한 목욕을 마치고 저녁을 맛있게 먹고 나니

옆에 있던 여자가 그런다, "여보 오늘 산에 잘갔다 왔지?"

그럼 !!  일요일에 산에 갔던 것은 처음인것 같은데...

매주 일요일이면 찾아드는 막내딸을 어찌할 수가 없었는데 아이를 낳고 나니

일요일도 이제 좀 뜸해 질것 같다.  일요일에 시간만 나면 산에 같이 가자고 아내가 말한다. 

모르는 여자라고 하니 생경하기도 하고 재미 있기도 하고, 철학이 들어 있는 이야기 같기도 하고,

아뭏던 뭔가가 있는듯 오늘이 즐거웠다.

    

'낙서장' 카테고리의 다른 글

첫 눈속에  (0) 2012.12.06
열 받으면  (0) 2012.09.28
유모차  (0) 2012.08.19
아차산 솔밭  (0) 2012.08.03
무슨 날  (0) 2012.07.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