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생각하며

위대한 일이란..?

마음의행로 2012. 7. 29. 06:13

  극장에 가서 영화를 보고 싶었겠다.

배가 부를 때에도 그 둥그런 배를 바쳐 가면서 자주가던 곳이 극장이었으니까.

생일도 되었겠다 신랑을 조르니 신랑인들 받아주고 싶지만 아이가 문제가 되었을터,

사위와 딸 둘이서 논의 끝에 얻은 결론은 우리에게 맡기고 가자는 의견 일치였을 것이다.

아기한테는 미안하기도 하고 우리에게는 죄송하기도 하고 했을 것이다.

SMS는 닥치는 큰 사건도 모른채 짧게 짧게 주고 받고 있었다.

몇 시에 가면 되겠니? 응 4시 반에 출발하면 돼 그래 알았다.

프리랜서로 일을 하니 직장이 바로 집인 딸에겐 늘 일이 집안에 널려 있다.

촬영이 잡히면 더 없이 바쁘고 고달픈 흔적이 여기 저기에 쫙 깔려 있는게 보인다.

오죽 가고 싶었으면 한 달 반되는 아이를 놔 두고라도 가려고 했을까?

아파트는 문을 닫으면 공기가 드나거릴 틈이 없어 마시던 공기를 도로 마시고 뱉고를 반복하기에

자주 환기를 하여야 한다.

여름철에는 에어콘을 켜 놓으면 시원한 공기가 감돌아 마치 좋은 공기를 마시는 것으로 착각을 하고 사는 사람이 많다.

탄산 까스가 가득한 공기를 돌리고 돌려서 탁해져 머리가 아프기 일쑤이다.

여기에 두 개의 선풍기가 돌아가고 있으니 들어서자 마자 문제가 있음을 느꼈다.

엄마 오시지 마라고 전화 드릴려고 하던 참이었는데 오셔서 어떡해...

그럼 더 일찍 전화를 주지..

그런데 애가 왜 이렀느냐..?  보채는 아리를 안고 끙끙 대고 있다.

엄마 12시 부터 갑자기 품에서 떨어지기만 하면 까무러치도록 울어대서 팔도 아프고 몸이 말이 아니야,

그럼은 박서방도 좀 안고 있으래지 혼자서 그러고 있었느냐..

박서방은 품에 잘 안겨들지를 않아 뻣뻣한가 봐 몸이 따로 노는 것 같애.

보니 에어컨 바람에 두 개의 선풍기는 돌아가지 아이가 추워서 질려 있는게 바로 보였다.

아이를 바로 빼앗아 안고는 에어콘 선풍기 빨리 꺼라 신경이 바로 쓰인 말에 사위가 절절 맨다.

엄마 누구네도 26도로 맞추어 놓고 산데..

야 이놈아 지금 생 사람도 아프게 생겼느데 꽉 닫힌 공간에 탁하고 차거운 공기에

어른도 아플지경인데 이 무슨 일이냐..

밖의 창문을 열고 환기를 시켜 가면서 아이를 따습게 안고 있으니

금새 아이가 편해진다. 딸 사위가 신기해 한다.

공기가 차가웁고 선풍기 바람을 맞으니 차가운 몸을 댑히려고 품에 더 안기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을 이를 모르는 딸애한테 따가운 눈매가 떨어진다.  

참 요즘 애들은 아이에게 조건만 맞으면 잘 크는 줄로 알고 있다. 집안 온도가 27도로 되어 있으니

아이가 있기에 괜찮다는 당연함에서 출발을 하고 있으니 우리가 보는 것은 황당함 뿐이었다.

엄마 그럼 어떻게 해 인터넷 예약 취소를 할까?

아니야 우리가 보고 있을테니 염려 말고 다녀 오너라.

아이 젖병이랑 기저귀 소독면 옷 등을 찾아 놓고

조금은 찜찜하겠지만 둘이서 아파트 문 밖으로 나선다.

아마 이 일은 딸이 만들었을꺼야.. 박서방 보고 생일턱을 별도로 또 내라고 했겠지..?

가만히 보니 아이가 칭얼대면 하루 종일 안고 키우는 방법으로 길을 들여 놓고 있었던 것 같았다.

아이를 봐 주던 아주머니께서도 힘들어 오래 못할 것 같다고 이야기를 한 것을 보니,

오랜만에 애들 키웠던 옛날로 돌아와 있었다.

요즘 애들은 애를 키우는 방법이 하도 다르다고 하니 염려도 되지만

그래도 우리가 선생이 아니니 않겠어?

아이가 놀래거나, 또 딸꾹질 할 때 먹이던 것들도 요즘은 못하게 한다.

병원으로 데리고 오라는 것이다. 맞는 이야기 같지만 아무래도 장사 속같은 이야기로만 들린다.

시간이 되서 우유를 마시게 하고 트림을 3번 하게 하고 나니 곧 잠이 든다.

널다란 이불 위에 아이 포대기를 깔고 곱게 눕혀 놓으니 천사가 밝은 얼굴로 내려와 이쁜 하늘의 소식을 전해 준다.

새근 새근... 새근 새근...

30여 분을 자고 깨더니 칭얼 대기 시작을 한다.

어리광에 입이 삐쭉하다. 그러나 안아 주지 않고 우리는 양쪽에 같이 누워서

손도 만져 주고 발도 구부렸다 폈다를 하고 가슴도 어루만져 가면서

곰 새마리 노래에 이런 저런 애기 노래를 만들어 불러 주니 바닥에서 잘 논다.

야! 너 앞으로는 네 자리를 잘 지켜야 한다?

바로 이 자리가 네 자리야 여기서 놀고 자고 해야지, 엄마 품만이 네 자리가 아니야 알겠지..? 

30분 정도 지나니 슬슬 또 울음이 나오려고 한다.

애가 울면 빨리 살펴 보아야 하는게 몇가지가 있단다.

배가 고픈지, 아프지 않는지 특히 몸에 열이 있지 않는지, 열이란 몸이 뜨거운 것만이 아니고

차거우면서 열이 있다는 것도 알아야 한다, 오줌이나 똥을 싸지 않았는지?

너무 덥거나 춥지는 않는지 엄마 품이 그리워서 그러 않는지 등 등

아내가 얼른 기저기를 끌러 본다. 똥을 한바가지나 쌓아 놓았다.

조그맣고 귀엽게 생긴 새 기저귀를 꺼내 놓고 똥 뭍은 것을 갈아주고

엉덩이에 잠지에 뭍은 똥을 닦아 주고 나니 두 발을 허공에 대고 차면서 좋아 한다. 

사진을 여러장 찍어 놓았다. 딸래미 오면 키우는 방법을 보여 주려고 한다.

몇 시간이 지나니 전화기에 멧시지 오는 소리가 난다.

우리 딸이 보낸 것일꺼야..!! 엄마 지금 출발했어..

얼마 있으니 곧 돌아왔다.

할 얘기가 많았다 이런 저런 아기 키우는 얘기들,

아줌마가 힘들어 하는 말속에 들어 있는 두가지 생각(실재 힘든 것과 보상을 더 바라는 것),

아이를 안고 키우는 버릇을 바닥에서 놀고 웃고 울고 하면서 자기 자리가 여기임을 알려 주고 키우라는 말,

어려운 일이 있으면  항상 연락을 하면서 키우도록 등 등

엄마 영화가 안 보였어..

당연했을거다.

아픈 아이 놔두고 영화라니 멀쩡한 아이 놔 두고도 간다해도 맘에 걸렸을텐데...

돌아 오는 차 안에는 네비게이션이 최신 것으로 바뀌어 있었다.

언젠가 같이 타면서 바꾸어야 겠다고 사위가 생각을 한 모양이다.

늘 뭔가 해 주려고 하는 사위 맘이 늘 고맙다.

과거 다녔던 주소가 모두 사라져 버린 새 네비게이션은 차가 가는 방향으로 텅빈 머리를 가지고 안내를 하고 있었다.

아마 우리 애들이 아이를 키워 나가면서 지식이 쌓이듯,

네비게이션도 경험을 쌓아가다 보면 과거 길을 모두 외워서 박사처럼 잘 안내를 하여 주겠지.... 

여보 오늘 우리가 빨리 출발해서 가기를 잘했지?

애 아프다고 오지말라고 전화 받고 안갔으면 어찌할뻔 했겠어?

애한테 큰 일이나도 몇번은 났을꺼야..

그래...  위대한 일이란 별도로 뭐가 있겠니 부모가 자식 준수하게 키워 내는 일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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