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생각하며

가을에 서서(입추)

마음의행로 2012. 8. 7. 21:16

  어젠 36.7도 낮 기온이 올라갔다.

사람 온도 보다 조금 낮다. 시원한 공기를 마셔들여 몸속 더운 기운을 밖으로 빼 내야 할텐데

거꾸러 받아 들여야 할 판이다.

그러니 몸들이 정상이 아닐밖에 없다.

밤잠을 설처대길 벌써 10여일 누워만 있어도 땀이 녹녹하다.

새벽 4시가 되니 공기가 조금 바뀌었다. 숨을 쉬기가 좀 편해진 것을 느꼈다.

창밖에서 한마리의 귀뜨라미 소리가 들린다.

쓰르르...르     쓰르르...르

 

벌써 가을이 왔나?

귀뜨라미 소리는 듣는 사람마다 다르게 들린다.

어떤이에게는 애처럽게, 또 슬프게, 짠하게, 서글프게, 쓸쓸하게...

또 계절을 느끼거나, 세월을 느끼거나, 과거가 생각 나거나 갖가지 엉켜드는 생각을 할 수 있다.

우리는 외부로 부터 오는 여러가지 손님을 수 없이 맞고 산다. 그리고 영향을 받는다.

눈으로 보는 것들, 귀로 듣는 것들, 코로 마시는 것들,

입으로 먹는 것들, 몸으로 느끼는 것들, 이 밖에도 과거의 기억을 다시 돌려 놓고 그것으로 인하여

내가 지금 영향을 받게 되는 것들.

 나에게 온 손님은 내가 아니다. 그것은 언제나 나의 손님일 뿐이지 나는 아니다.

그런데도 손님에 의해서 내가 이렇게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귀뜰이는 그냥 때가 되어 소리를 낼 뿐인지 모른다.

그가 무엇을 하기 위해서 소리를 내는지 알아 보지도 않고서 서글프니, 애처롭니 우린 판단한다.

즐겁게 짝을 찾기 위해서 하는 행동인지도 모르는 일로써 우린 걱정이 많다.

가끔 나를 살펴보아야 한다.

손님에 의해서 내가 흔들리고 있는 것은 아닌지...?

내가 바로서면 흔들림은 없게 된다.

내가 서지 못함에 의해서 스스로 넘어지고, 깨지고, 아프고, 눈물나고, 즐겁고, 재미나곤 한다.

그들을 불러내어 그가 뭐라고 말을 하는지 가만히 객관적으로 지켜 볼 수 있어야 한다.

그를 쫒아다니지 말고 그를 가만히 지켜 보도록 노력을 하면 내가 그들 때문에 위협받거나, 괴롭거나, 슬프거나, 외롭거나, 기쁘거나,

영향을 잘 받지 않게 될 것이다.

이는 세상 살면서 참 중요하다. 남에 의해서 내가 흔들린다면 나는 무엇인가? 생각을 하여 보아야 한다.

 

입추...  가을에 서다 라는 말이다.

얼른 보아서는 가을에 들어가다 일것 같은데 조상님들은 가을에 서다라고 하셨다.

가을의 문턱이든 한 가운데 이든 말미이든 가을에 우린 서 있는 것이다.

가을을 바로 서게 하여야 한다. 가을이 바로 서야 곡식도 익고, 새들도 먹이가 많아지고,

단풍도 들고 할 것이다.

어린아이도 한 번 일어서면 다시는 기는 법이 없다.

끝까지 서고 만다. 일어선다는 것은 중요하다.

손님에 의해 영향 받아 슬프고, 외롭고, 고독하고, 살 맛이 아니나고 해서는 안 될 것이다.

계절이 자기 때를 맞아 바로 서듯 우리도 바로 서야 한다.

이 가을 아침을 보니 달력에 입추라는 날을 가르키고 있었다.

아! 벌써 세월이 이렇게 가는구나, 가을이라니 여러 상념이 나를 감싸돈다.

잊을 것은 잊고, 보낼 것은 보내고, 지울 것은 지우고, 용서 할 것은 용서를 하고

하면 될 것 같은데...

그들을 가만히 지켜 보리다.

내가 그들에게 흔들리지 않으려면 객관적으로 그들을 지켜 볼 수 있어야 한다.

이 가을에는 나의 손님을 가만히 지켜보는 것으로 만족을 가져볼 셈이다.

나를 세워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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