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서장

고추

마음의행로 2011. 9. 17. 18:17

엊그제 작년에 삿던 집인 무주에서 고추가 도착했다.

작년에는 25근을 샀는데 올해는 20근으로 줄였다.

아마 작년에 샀던 고추가 일생에 가장 좋은 고추로 기억이 될 것 같다.

선홍색에 검은빛 하나 없는 태양초에 90% 근접한 고추였다.

방앗간 아주머니께서 이런 고추 못 보았다고 혀를 둘렀었다.

올해는 비가 많이 와서 작황이 좋지를 않고 품질도 많이 떨어진다는게 평이다.

무주와 나주가 올해는 고추가 잘 되었다는 소문이 돈다.

이런 이야기들은 입소문인데 여자분들 이야기는 대체로 만족할 만한 신뢰성을 지녔다.

고추를 아파트 앞 뜰에 널었다.

고추 냄새가 확 풍긴다. 옆 길가던 어떤 아주머니가 어디서 고추 냄새가 난다고 하신다.

아마도 새퍼드 코를 가지신 모양이다.

고추값이 작년의 두배가 넘으면서도 빛갈에서 검은 빛이 돈다.

그 분은 아들은 한의대 보내고 딸은 교대 보내 잘들 풀렸다고 한다.

배움은 아주 적은신데 자식을 키워 내시는 걸 보면 그 분이 박사이고,

나는 초등생만도 못하다.

작년에 아내한테 들은 어떤 할머님 생각이 난다.

올해는 고추가 비싸니 내년에 싸면 더 많이 사서 고추장도 많이 담는다고...

그 할머님 올해 에이고 에이고 하시게 생겼다.

작년 고추가루가 지금도 조금 남았는데 올해 것과 비교하면

입맛이 뭐라고 할른지 궁금하다.

그래도 이만하면 괜찮아,

에이구 지 값도 못하는구먼.....

올해는 그대로 넘기고 내년을 기약하자구....

그 분한테서 전화가 온 모양이다.

고구마라도 더 보낼려고 했더니 어느날 맷돼지가 와서 몽땅 파헤쳐 버려 그만두게 되었다고,

사람 사는데 마음은 다 같은 모양이다. 스스로 좀 부족했나 싶어 고구마 줄 생각을 하신 것을 보니,

그래도 그 마음씨가 얼마나 고마운지....

농사 지으시느니라고 애 쓰셨어요, 아내가 말의 방향을 살짝 돌리며,

구좌번호 잘 보관하고 있으니 내년에 부탁드려요 !!  라고 전화기에 답을 한다.

무주 고추 그래도 아주 잘 생겼다.

네가 한 집안을 일으켜 세워줬다니 참 너 대단한 놈이로구나.

이럴 때도 있어야 농촌도 농사 짓는 맛이 날것 아니겠는가!

무주 고추 잘 먹겠습니다.

건강하시고 내년도 돈 많이 버세요..

그리고 우리 고추 내년에도 꼭 부탁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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