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진 결과를 보기 위해 병원을 찾았다.
9월 초순이라 아침 저녁은 선선하고 낮은 따가운 햇빛으로 약간 더운 날씨가 계속되고 있다.
곡식이 익을 좋은시절을 신께서 마련하여 주신다.
추석 바로 전이라 그런지 병원에 사람이 많이 줄어들었음을 직감했다.
승용차를 놓아둘 자리가 넉넉했기 때문이다.
참 사람의 판단은 묘한 것에서 부터 시작하여 결과를 찾아 내는데 발달이 되어 있는 것 같다.
병원에서 이리저리 왔다갔다 하고 인근 약국에 가서 약을 사 가지고 나니 모두 끝이 났다.
승용차의 시동을 거니 내비게이션이 이상하다.
OS(Operating System)를 다시 깔려하니 전원을 끄지 말고 기다리라는 멧시지가 나왔다.
두번째 당하는 참이라 알게 되어기에 전원 스윗치를 살짝 누르니 작업이 시작이 된다.
이것 저것 파일을 재 부팅하는데 바쁘다.
조금 지나니 곧 내비게이션이 시작된다고 멧시지가 나왔다.
건강 이야기에는 늘 반찬과 먹을거리 이야기가 가득하다.
등 푸른 생선, 현미밥, 청국장, 계란 노른자, 민들레, 질경이, 양파, 양배추, 뱀장어, 포도,
두부, 검정 콩, 우유, 치즈, 토마토, 마늘...... 한이 없다.
돼지고기는 그냥 먹고, 소고기는 자주 먹고, 오리고기는 찾아서 먹고 등등이 차 안에 가득하다.
현관문을 열고 거실에 들어서니 바닥이 까실하다.
창문을 열어 놓고 바람이 잘 들락거리도록 하여 두고 나갔다 오니,
1층인 아파트에 먼지 손님이 찾아와 차분하게 자리를 잡고 있었다.
병원이 이른 시간이라 청소를 못하고 떠나긴 했지만 좀 심하다 싶을 정도이다.
아내가 오늘 청소는 놔두고 내일 하자고 한다.
점심을 간단히 떼우고 저녁 반찬 구상을 하여 놓고 밖으로 나섰다.
티셔츠 하나 걸치고 병원을 갈 때부터 생각하여 둔 것을 아내가 이루기 위해서였다.
요즘 입을 잠바를 하나 사러가자는 제안을 차안에서 음식 이야기 외에 여러번 했던 것이다.
조금 멋적어 보였나..... 난 괜찮은데.....
언제나 그렇듯 아내는 조금 싼 곳에서 고른척 하다가 다른곳으로 가자고 하며
백화점으로 이끌었다. 그런 수순을 아내는 가끔 잘 꺼내 놓곤 한다.
철저한 계산이 벌써 들어 있는 아내의 셈에는 틈이 하나도 없다.
"여자는 현명하다 거기에는 언제나 숫자와 셈이 들어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내가 지어낸 말이다.
지금 사면 오래 입을텐데 라며 메이커를 고른다.
다시 집에 오니 거실 바닥이 영 맘에 걸린다.
저녁에 먹을 국을 끓이기 위해 준비해둔 쇄고기를 썰어 넣고 고추가루 마늘 소금을 약갼 넣고
먼저 볶다가 다시 물을 붓고 한참을 끓인 냄비에 먼저 썰어 놓은 양파를 넣고 한번 더 끓이고
그 다음 다박하게 썰어 둔 호박을 넣어 끓이라는 순서 대로 했더니
제법 맛이 나는데 뭔가 깊은 맛이 나오질 않는다. 소금을 조금 더 넣으라기에 넣으니
맛이 조금은 깊다. 그래도 부족하다.
이번에는 다진 마늘을 더 넣으란다. 마치고 나니 제법 수준에 오른 맛이 80점 짜리는 된듯하다.
쇄고기를 볶는 사이를 이용하여 걸레를 들었다.
바닥에 까린 먼지를 닦으니 현관 바닥을 닦아내는 듯한 새카만 먼지가 걸레 묻어 나온다.
이런 먼지가 바닥에만 있으랴 쇼파, 커텐, 방에 가득 할텐데 생각하니 해야 할일이 청소만도 첩첩이다.
"여보 내가 전에 늘 그랬잖아 하루에 세번도 닦았다고"
나는 그 말에 십여년의 세월을 돌려 놓고 있었다.
남들은 3-4일에 한번 닦는다는데 할일 없어 하루에 세번씩이나 피곤하게 닦느냐고....
수고와 감사는 커녕 퉁같은 말을 던졌던 내...
역사 책에 쓰여진 사실이 나타나듯 그 때의 내 말이 나타났다.
걸레질이 끝난 거실이 발 바닥 느낌을 편히 해 준다.
그 집의 청결 상태를 제일 먼저 알아내는 것이 발 바닥임을 알아 내었다.
그는 눈에 보이지도 않는 미세한 모레 가루도, 더 가는 먼지까지도 먼저 알아낸다.
청소를 하고 하지 않고는 당신이 알아서 하세요,
내가 해야 할 일인 신고는 즉시 해야 하니까요.......발바닥이 나의 옆구리를 찌른다.
집 주인의 부지런 함을 쉽게 알아내는 묘한 지혜를 그는 가지고 있었다.
집안 일을 하나하나 깨달아 가는 나의 가슴에 아내의 강물같았던 세월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