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생각하며

딸이 몇이요?

마음의행로 2011. 8. 30. 02:05

공원 긴 의자 옆 자리 할머님이 물으신다.

우리 아저씨는 딸이 몇이요?

원래 질문에는 정답이 없음을 알기는 하지만 그래도 답을 해야 하겠구나..

셋입니다.

갑자기 조용하시다. 말씀을 꺼내신다.

기골이 남자처럼 장대하신 할머님,

나는 아들 다섯에 딸이 하나를 뒀습니다.

대학을 모두 다 내 손으로 보냈지요.

그래 잘들 살고 있고요. 큰 아들은 의대를 나와 의사,

둘째는 경제학과를 나와 지금 미국에서......그리고 그리고 그리고,

딸은 쉰인데 아직 시집을 안가고 있어 늘 마음에 걸립니다.

그러고 보니 내 나이가 지금 팔팔이라우.

총기가 대단하신 할머님임이 바로 들어 난다.

또 자부심도 단단히 가지고 계시고,

참 건강도 하시다 속으로 생각하고 있다. 나도 저 나이 되어도 저럴 수 있을까?

어느날 할머님이 입원을 하여 병원 신세를 십여일을 지고 있었을 때,

아들들은 한번 살짝 들렸다가 가고,

둘째는 삼백 달러 보내 왔구, 딸은 매일 와서 나랑 이야기 하다 가고,

.............

큰 애한테 얘야 네 처는 너한테 잘하냐?

그럼은요 어머님...그러더 란다.

그럼 됬다. 너한테만 잘하면 된거다....

이야기는 조금 더 진행 된다.

나는 큰 며느리한테 따스운 밥 한그릇 못 얻어 먹어 보았습니다.

그래도 아들한테 잘한다니 그럼은 된거지요.

가만히 뒤에 숨어 있는 이야기를 만들어 보니 큰 며느리는 물론 다른 며느리들도

병원에 한 번 다녀가지 않은 모양임을 짐작케 했다.

가을 석양을 한번 둘러 보시면서 할머님이 일어나신다.

"바람이 참 좋구나"

조심해서 가세요.....

88세에 저리도 건강하시는 할머님을 바라보면서,

왜 딸이 몇이냐구 물었는지...

아들 노릇 잘하느냐고 묻지를 않으시고...

가슴이 멍해 온다.

건강하세요 할머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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