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생각하며

직장 유전자

마음의행로 2009. 10. 22. 16:07

  어제는 병원엘 다녀 왔다.

젊은 시절 나와 같은 분야에서 함께 일하던 직원의 병 문안이었다.

몸이 안 좋다는 소식을 들었었으나, 심각한 수준에 까지 와 있다는 소식을 접하고

찾아갔었다.

병실에는 그의 아내가 지키고 있었다.

중학교 2학년 아이 하나 있는데 언니한테 맡기고 24시간 병간호를 하고 있다고 한다.

병실에 들어서자 마자 손을 가만히 잡고 xx 왔어, 알겠어?

하고 물었다.

그의 눈동자는 현실을 왔다 갔다 하는 것 같았다.

그리고 뭔가를 알아 먹을 수 없는 말을 계속 한다.

그리고 1~2분 후엔 잠이 들었다가, 다시 눈을 뜨면서 이야기를 한다.

나를 알겠으면 내 손을 가만히 쥐어봐, 조금 후에 손가락이 움직인다.

옆에 있던 동료도 같은 요구를 한다. 그러나 조용히 다시 잠으로 빠진다.

마지막 가기 전에 얼굴이라도 보고, 보여주고 싶었다.

 

눈만 뜨면 옛날 그 직장에서 일어 났던 이야기만 한다는 아내의 말을 듣는다.

뇌 종양 수술을 받았기 때문에 많은 것을 잊어버렸다고 한다.

특히 최근 일은 대부분 잊어 버렸고 과거일은 많이 기억하고 말을 한다는 것이다.

내가 있는 동안도 쉴 사이 없이 뭔가를 말하는데 눈동자는 현실 세계가 아닌듯하다.

 

어서 일어나 그리고 우리 산에 한번 같이 가세...

눈동자는 위 아래로 움직이고 뭔가를 말을하나 알아 들을 수가 없다.

간호사가 와서 이빨 청소를 하여 준다.

입안이 많이 헐어 있어서 가제로 씻을 때 피가 난다.

오랜만에 알아듣는 말이 얼굴을 몹씨 찌뿌리고 나온다.

아파, 아파 어눌한 표현 이지만 이 때만은 확실하게 아프다고 말하는 것을 느꼈다.

약 뭍은 가제가 들어거면 아픔을 느끼는 것 같다.

 

한참 후에 우리는 자리를 뜨기 위해서 그의 아내에게 이야기 하고 자리를 뜰 준비를 하였다.

우리 이제가네 빨리 완쾌하길 바라네,  하면서 그의 얼굴을 주시했다.

그런데 그의 얼굴이, 눈동자가 갑자기 움직임이 커지더니

감사합니다. 이런 단어를 겨우 알아 먹을 수 있도록 말을 한다.

분명하다. 분명히 그렇게 말을 했고 들었다.

"감사합니다"

 

얼마나 기쁜지 몰랐다. 우리가 온 것을 알았다는데 기쁨이 들어 있었다.

돌아서는데 고개가 조금 더 움직인다.

그래 우린 여기까지 인지 모르겠네, 그렇치만 나을 수만 있다면 꼭 났게나.

자넨 아직 젊음이 있지 않는가? 아내도 있고 자식도 있지 않는가.

나오면 동료들도 있고 말일쎄.... 속으로 말을 했다.

 

문 밖에서 아내의 눈물 방울이 뭘 말하는지 알것 같았다.

어렵겠지만 여기서는 우시고 들어가서는 웃으십시요 ....

 

남자에게는 두가지 잊지 못할 추억이 있다.

먼저는 군데의 추억이다. 평생을 잊지 못하는 추억이다.

그 젊고 팔팔할 때에 생판 모르는 사람들과 우정을 쌓았던 일이다.

그것 뿐만이 아니고 언제 처들어 올지 모른다는 강박감을 불어 넣는 교육훈련 통에

머리에 늘 그런것이 들어 박혀 있다.

요즈음은 덜하겠지만 전에는 쥐소리만 들려도 완전군장에 훈련에 훈련을 거듭했다.

그래 이 군대 이야기와 추억은 죽기 전까지도 잊을 수가 없다.

 

또 하나는 첫 직장의 추억일 것이다.

당시에는 최고의 직장이라고 했던만큼 직장에 있는 추억은 너무 많다.

만나면 그 당시로 돌아가 어려웠던 일을 무슨 재미났었던 일처럼 재미있게 이야기들 한다.

 

그는 정신이 몽롱한 가운데서도 계속해서 직장이야기를 한다고 한다.

남은 알아들을 수 없지만 아는 사람은 오직 아내 뿐이다.

군 생활의 유전자와도 같이 그에게는 그 어렵게 개척하면서 일했던 일들이

아마도 유전자처럼 뇌 수술 후에도 지워지지 않고 남아

과거 직장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일 것이다.

 

한편으로는 안타까움이 크지만 그런 행복했던 날들을 이야기 하면서

평안하게 생의 마지막을 맞는다면 하는 생각을 하여 본다.

어떤 위로도 하여 줄 수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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