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서장

가을 카메라

마음의행로 2009. 9. 8. 09:40

  봄, 여름을 헤집고 다녔다.

공원이랑, 냇가랑, 산 모퉁이랑, 개천가 비탈진 곳 할것 없이...

풀섶들 제치고 가시에 찔리고 넘어져 겨우 또랑엔 박히지 않았다.

그래도 거기서 만나는 꽃을 보면 나는 무척이나 행복했다.

이리저리 보고 모양을 잡고 빛을 잡고

나중에 그려질 모습을 상상해놓고 제목도 지어보면서

셧터를 눌렀다.

 

일주일 사이에 꽃이 없어진듯 하다.

풀씨는 긴목에 고개를 숙여 가면서 바람을 맞고 있다.

잎새들이 생기를 놓고 가을을 준비하고 있다.

이네들은 벌써 가을을 준비하고 있구나...

다음은 겨울일진데 맨몸이 될 채비를 미리하고 있다.

 

나의 나이도 이들보다 못하지 않는 가을을 지나가고 있다.

해 놓은게 하나도 없는 것 같아서 서러움 같은게 바람결 같이 스친다.

나는 뭘 어떻게 준비하는고?

멍청히 한해를 또 그리그리 보낼 것 같다.

슬픔도, 기쁨도 없는 외로움 뿐인듯 담장밑 귀뚜라미 소리가 쓸쓸하다.

 

꽃이 없으니 당연 들판으로 강으로 산으로 하늘로 무대를 넓힌다.

카메라의 눈도 가을을 알고 있나 보다.

그래도 가을 꽃들이 남아 있다고 귀에 속삭여 준다.

열매들이 따가운 9월의 햇빛에 자기 내음의 꽃으로 가을을 익혀간다.

산 열매 들 곡식으로 한장의 사진 꽃을 만들어 가라고.

 

나는 이 가슬에 어찌할꼬이다.

나무와 풀들은 내년 새싹의 움을 지금 그려놓고 있다.

그러나 나는 준비할게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는다.

 

풀들처럼만 살 수 있다면 살았다고 한마디 할 수 있을텐데.. 

이 가을에 외로움이 또 몰려 온다.

고운 색 가지고 나뭇 잎 하나 떨어진다.

그래 !!

이 가을 나뭇잎 사진 한 장 만들면 되지 않겠느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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