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서장

물봉선

마음의행로 2009. 9. 7. 14:39

  9월의 하얀 눈이 내린 메밀 밭을 지나

늦 익은 옥수수 몇개, 검 노랗게 익은 늙은 오이 몇개, 보라빛 검게 변한 가지 몇개

어머니는 옆구리 터진 대바구니에 따가지고 오셨다.

 

아이구 허리야 하시면서

한 발은 토방에 한 발은 땅에 내리고

써가래 시커만 냄새를 바라보시며 누우신다.

 

누운 얼굴엔 어릴적 외가집 어린아이가 있다.

고추잠자리 실내천 송사리 외할머님, 그리고 꿈나라

고향을 그리 돌아다니던 고무신이 발 끝에 걸려있다.

 

어어 벌써 몇시냐? 

어서 저녁 준비해야 해야지....

몸배 고치시고 일어나시는데

머리에 둘러쓴 물봉선 닮은 

수건이 바구니에 벗겨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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