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여행

사막(르 클레지오)

마음의행로 2008. 12. 11. 10:44

<<신성의 언어를 아름답게 흩뿌려놓은 작가, 살아있는 신화라고 불리는 르 클레지오 2008 노벨문학상 수상>>

 

"사막" 에서 과거와 현재의 대립 이외에 우리는 (행복)과 (노예들의 땅에서) 두 장에서 드러나는 사막과 도시의 대립관계를 주목해야 한다. 랄라는 사막 변두리의 판자촌 빈민가 "시테" 에 산다. 도시의 오염으로 부터 그녀를 보호하는 것은 그곳의 사막과 바다이다. 랄라는 이 두자연의 무한한 품에서 행복을 맛본다. 그녀의 삶은 영원하고 충만한 현재의 연속이다.

이러한 랄라의 사랑은 청색인간의 후예인 말 없는 하르타니에게로 향한다. 그녀의 불행은 도시에서 온 남자가 돈의 위력으로 그녀에게 청혼하면서 부터 시작된다. 이런 물질적인 타락된 힘의 공격을 계기로 랄라는 하르타니와 함께 그들의 육신속에 깊이 뿌리 박힌 사막의 중심부를 향해 탈출을 시도하나 결국 실패로 끝나고 마는 것으로 (행복)의 막이 내린다.

마르세유에 도착한 랄라는 아프리카 대륙에서 건너온 흑인들, 아랍인들이 사는 파니에 거리의 빈민촌에 산다.

사막에서 파리나 말벌 등 사소한 곤충들의 미세한 아름다움을 캐내던 그 시선으로 랄라는 마르세유 도시를 배회하며 화려하고 풍요한 현대 문명의 어두운 그림자, 빈곤과 폭력과 공포와 죽음의 몸짓들을 꿰뚫어 본다. 랄라와 그녀가 만난 거지 소년 라디즈는 도시와 도시인들의 찬란한 의상 뒤에 가려져 있는, 끝없는 물질에 목말라 하는 발가벗은 욕망을 본다.

즉 현대 문명의 거대한 물질적 문명에서 소외된 자들, 그 언저리에서 서성이는 자들, 그러나 자연과의 조화를 이루며 살아온 타 문명의 원시적이고 감수성의 시선을 통해서  르 클레지오는 서구 물질 문명의 허약성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사막과 도시의 공간적 대립은 소재목이 시사하는 바와 같이 물질적 삶, 그 끝없는 추구에서 해방된 자유로운 삶과 그것에 종속된 노예들의 삶의 대립, 그리고 정신의 풍요, 행복과 정신적인 빈곤의 대립으로 귀착된다.

 결코 정복되지 않는 자연 자연이 인간에 대해 승리를 거두눈 곳 ---  사막

인간이 자연을 정복하고, 자연에 기계 문명을 대치시킨 곳 --------  도시,

자연에 대한 인간 승리의 장소인 도시는 결국 인간을 노예화하기에 이르고 자연과 유리된 삭막한 공간 속에서 인간을 인위적인 가치에 얽매여 살게 하는 거대한 감옥으로 부각된다. 반면 인간으로 하여금 그 자연에 순응하며 그 일부가 되어 살아가게 하는 사막은 역설적으로 인간을 강인하고 자유롭게 하는 공간으로 부각된다.

뿌리없이 분주히 방황하는 도시인들의 모습에서 독자는 현대인인 우리 자신의 모습을 본다. 또한 랄라의 사막으로의 귀향은 우리 독자에게 현대 물질문명이라는 함정에 빠지기 이전, 원초적인 인간의 마음의 고향에 대한 알지 못할 그리움을 불러일으킨다.

이렇게 랄라가 품고 있는 사막에 대한 신앙과 정열을 단지 사하라 사막의 한 부족의 후예가 갖는  조상과 고향에 대한 회귀 본능의 차원을 넘어서서, 현대인의 잃어버린 정신적 뿌리에 대한 믿음과 열렬한 향수라는 보편적인 차원으로 이끌어 올린

르 클레지오의 시적 문학성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