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치 3

3월의 산란

집은 반듯이 세워야 흔들거리지 않지 중력은 위에서 아래로 끌어오는 거라 믿으며 바람은 흩어지기를 좋아해 떠오르기도 하고 기울기도 해서 수직을 거부합니다 까치집이 그랬다 서까래도 기둥도 빗살무늬 사선이다 저토록 밉게 보였으면 사방에서 화살을 맞았을까 괜한 험담에 화살이 돌아오는 건 아닐지 내게 어떤 바람은 지진을 체크하다 악물고 견디는 촘촘함에 돌아갔고 세찬 소나기 한 차례 어깃장 대 보지만 둘려진 바늘침에 찔려 도망한다 발톱 발로 기어오른 들 고양이 날렵에 가지엔 빈집이 하늘에 숭숭 높이를 삭히고 있다 미끈한 콘크리트 기둥 가지에 둥지를 틀다가 어느 2월 토막 전선 몇 가닥 물고 와 대들보를 쳤다나 섬광이 터지고 암흑 세상을 부른 정전은 사냥꾼 산탄총에 몇 천 원의 목숨이 되었고 그날 이후 집은 집은 다..

시 글 2024.02.21

공원 의자

공원 긴 의자 한쪽을 비웠다 한 까치가 앉을까 망설이다가 앉아도 될까요 그럼은요 옆으로 몸을 더 옮겨준다 미안하지 않게 마치 내 영역이 아니라는 듯 잠깐 앉았다가 떠나가는 뒷이 서운하다 말이 없거나 하지 않아도 좋은데 뭐가 불편했을까 의자처럼 종일 혼자 말 않고 있고 싶은 걸까 지구 하나를 혼자 들어야 할 사유라도 있는지 그 뜻을 존중하고 싶다 차라리 내가 비워줄 걸

살며 생각하며 2023.10.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