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추 3

*또 해를 넘겼다

해마다 철이 오기 전부터 다가오기 시작하면 날은 추워오고 심란했다 김장 김치 맛은 양념 맛이라서 빈 구석 맛의 여백을 찾는 혀가 이때는 바쁘다 '어때' 라는 말은 짠지 매운지 맛이 살아있는지 감칠맛이 나는지 시원한 맛이 들어있는지 시간 지나면 좋은 맛이 될 건지를 묻는 양념같이 어려운 단어다 이보다 해석하기 어려운 시간은 없다 싱겁거나 심심하거나 그런 맛이야 그럼 신안 천일염을 조금 더 칠까 아니 백령도 특산 까나리 액젓을 살짝 넣자 갓 올라온 재료가 맛을 내는데는 양념들도 서로 부러워해 비가 찬 이랑 물에 뿌리부터 물이 밴 올 배추나 무는 무맛이었다 자연의 변덕은 본 성질을 바꾸고 부족한 맛을 채울 질 높은 재료를 챙겼다 춘천 강릉 광천 영양 해남 소래 신안 백령도... 바다와 산이 쓸려 들어갔다 머리..

시 글 2022.12.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