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글

*또 해를 넘겼다

마음의행로 2022. 12. 15. 04:15

해마다 철이 오기 전부터
다가오기 시작하면 날은 추워오고 심란했다
김장 김치 맛은 양념 맛이라서
빈 구석 맛의 여백을 찾는 혀가 이때는 바쁘다
'어때' 라는 말은 짠지 매운지 맛이 살아있는지 감칠맛이 나는지 시원한 맛이 들어있는지 시간 지나면 좋은 맛이 될 건지를 묻는 양념같이 어려운 단어다
이보다 해석하기 어려운 시간은 없다
싱겁거나 심심하거나 그런 맛이야
그럼 신안 천일염을 조금 더 칠까
아니 백령도 특산 까나리 액젓을 살짝 넣자
갓 올라온 재료가 맛을 내는데는 양념들도 서로 부러워해
비가 찬 이랑 물에 뿌리부터 물이 밴 올 배추나 무는 무맛이었다
자연의 변덕은 본 성질을 바꾸고
부족한 맛을 채울 질 높은 재료를 챙겼다
춘천 강릉 광천 영양 해남 소래 신안 백령도...
바다와 산이 쓸려 들어갔다
머리 계산이 입맛을 재는 시간이다
다섯가지 맛을 가졌다는 오미자가 와서 맛을 보고 갔다
쓰고 달고 짭고 새콤하고 맵고를
김치가 양념과 교합해 맛을 만들어 낼 시간이다
외숙모 한테서 전화다
올 김치가 짜지도 맵지도 않고 최고품이란다
엄마 내년에도 같은 말로 전화 올거예요
ㅎㅎㅎ
종일 앉아 수고한 허리에 양념 주사를 살짝 찔러 넣었다
역시 당신 손끝 맛이 최고야라고
그나저나 언제까지 하게 될지
용기가 자꾸 해마다 밀린다
사 먹고 말자는 이야기는 또
올해를 넘기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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