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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가 그러니까

마음의행로 2023. 3. 3. 11:37

태어나기도 전
나는 만들어지고 있었지요
시커먼 두 구름 사이로 번갯불이 치고
비가 오고
충돌은 역사가 되는 순간이라나요
내 아버지 몸을 떠나오면서부터
어머니 뱃속으로 들어가 우주는
따뜻한 곳이라고
둥근 하늘이라고
세 살 때 외갓집 고개를 넘을 때
산 중턱에서 눈을 떴어요 처음
아빠도 엄마도 보였어요
봄이었어요
머리에 현기증이 있었는지 피잉
소리가 귀에 멀리 갔다가 가까이 왔다 그게 봄의 말인 줄 알았지요
다섯 살 때 가족을 알게 되었고
이름을 그때 알았습니다
빛달래, 비달속, 빛끌마, 비달사이
빛을 주소서
비속에서 태어났다
빛을 끌어당겨라
비사이에서 태어났다는 뜻 이름입니다
앞으로 진달래라고 부르지 마세요
각기 다 이름이 있으니까요
재미있는 사실은 내가 나오니
세상이 있더라는 이야기이지요
우연히
세상도 우연히 생겼다고 생각하나요
하나 궁금증이 생겼지요
나 생기기 전, 아빠엄마 이 전에
나는 어느 세상 골짜기에 있었는지
뭔가 이루어지고 있었을 거 아니에요
긴 시간 속에
물 한 방울 움직임이라도
그것만 알면 언제 죽어도 괜찮겠습니다
바람이 부네요
꽃붓으로 하늘에 유서를 날마다 쓴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