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글

판옥선(이순신)

마음의행로 2022. 9. 7. 02:30

역사는 흐린 낯으로 떠 내려갔나
목을 내놓은 사명은 하늘에 닿아
뜻을 헤아린
해구는 방패처럼 몸을 던져 막아섰고
바람 한 결 구름 한 점 허위 됨 없이 머물러 주었다
물결 일어서서 바다를 갈랐다
떨쳐나선 백성은
칼 창에 찢겨도
나라 앞에 성이 되어
돌이 되어 함성이 되어 피로 던져
외침의 낙엽이 될지라도 옥하나 둘러싼 사각은
돌과 물과 초록을 견디었다
언제나 그러듯이 깃대를 잡으려는
빈 입은 후대에 넘어졌고
곧은 붓은 첩으로 남아 아무도 막지 못할 역사를 새겼다
충은 누구도 두려운 법
그 거침 앞에서 비켜 서려는 간신들
판옥선은 떠 구멍 속에서 지켜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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