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생각하며

유언아닌 유언

마음의행로 2022. 4. 3. 17:44



ㅡㅡㅡ
어제였다
형님
창경궁을 매일 드나들 수 있다는 것은
엄청난 귀티입니다
네 개의 다리가 절음 절음
겨우 기우뚱하다
정조께서 나오셔서 오늘의 궁궐을
돌아보시고 덕담을 하신다
현대인들에게 둥그렇게 둘러 싸여서
진달래 매화 개나리가 튀밥 터지듯
터져나왔다
구름꽃들도 연인되어 가족이 되어
사진을 찍고 매향나는 한복으로 갈아입었다
한 달에 한 번정도 찾는 손위 동서의
전화를 받고 보고 싶다고 하신다
집에까지 모셔 드리고 잠간 나눌
이야기를 하신다
작년에 절반도 못하게 걸음이 줄어드셨다 윤기 있던 얼굴에는 노년의 냄새가
짙어지셨다
시골에 명당 자리를 잡아 두었는데
그리로 가려고 했는데 아무래도 나를
포기하고 서울 근교에 온 가족이 함께 할 수 있는 곳으로 정해야겠네
그리 오래 걸리지 않을것 같은 느낌이
확 다가왔다 두 손을 잡고서는 벌써
그런 말씀을 왜 하십니까 했지만
눈가에 서리가 맺힘을 보았다
나를 버리고 가족장을 위한 초석을
정하셨다는 내용이었다
아무래도 자네가 아니면 처가집에서
주변 설득과 정리를 해 나갈 사람이
없겠다고 하신다
아들이 넷이지 두 처남 네 처형들
다 살아계신데도....
명예와 부는 아랑치 않다고,
메모장에 뜻을 세밀하게 살펴 놓았다
설득의 싯점이 중요할 것 같다
수목장은 그리 시작될 것인지?
창경궁의 매화향이 유난히도
부지런한 오후였다

'살며 생각하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순식 간에 사람이 지구에서 사라진다면  (24) 2023.04.19
더 큰 세상  (31) 2022.10.28
땅 따먹기  (0) 2021.12.14
그 꽃이 되리라고  (0) 2021.05.01
저린 안되는데  (0) 2021.04.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