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글

영혼의 무게

마음의행로 2022. 3. 25. 09:51

ㅡㅡㅡ
밥을 짓는다
하루 세 끼의 밥
하얀 사기그릇에 밥을 푼다
왜 푼다고 하나
담는다고 하지
왜 쌀을 산다고 하지
팔러 간다고 하였을까
하루 세 끼의 식사는 누가 정했나
나무에게 물어볼거나
편하게 약 한 알 먹으면 족한 세상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밥그릇에서 김이 위로 솔솔 빠져나간다
얘야 식기 전에 어서 먹어라
어젯밤 골목에서 동산으로
빨간 혼불 꼬리 하나 빠져나갔다고
할아버님이
아침에 말씀하셨다
옆 집 사시던 할머님이 돌아가셨다
영혼의 무게가 있다는 말에
고개가 살짝
기운다
밥에도 영혼이 있을까
얘야 영혼이 나가기 전에 어서 먹어라
귀가 운다
영혼도 운다
영혼에는 꼬리가 있어서
꼬리가 다 빠져나가기 전에
꼬리를 잡아야 한다 흔들어야 한다
15 년이면 16425 영혼을 써 나간다
쉬지 않고 즐겁기도 하고 고통스럽기도
나중엔 고단하다
누가 대신해 줄 수 없는
그럼에도
영혼은 하나밖에 건질 수 없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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