ㅡㅡㅡ
(구리에 가면 고구려 대장간 마을이 있고
계곡을 오르면 큰바위얼굴이 있다
그는 이 계곡의 리장이자 터줏대감이다)
어느날
빨간 선고가 화면에 길게 소리지르고 있었다
*5인 이상 집회금지'
딸싹 못하는 일상으로 지쳐해 하는 무리를
파노라마 안경을 쓴 산동네는
저 아랫 세상을 현미경처럼 지켜보아 왔다
그물을 왜 씌웠지 주둥이 마다?
먹여 키운 생명을 집단 살육하는 탐욕의 입
정신 달라붙은 디지탈의 단세포적 폭력성, 환상
봄을 한짐 짊어지고 산 허리를 휘돌아
내림질하던 이방인 넷
눈 부릅뜬 곁으로 왔다
산 기슭 밭에 터를 세운 멧돼지 고라니 산새
그리고 계곡 산지 족장인 큰바위얼굴
행여,
낮선 문명 이질 바이러스로 감염 구역 선포 될까
산등성 파숫꾼의 울타리 꼭지점 마다
번갯불의 철퇴 달린 손검이 창처럼
높이 꽂아져 있다
산의 정령은
에덴 동산의 진달래 도라지 싸리꽃
개복숭아 땅바닥에 박힌 제비꽃까지도
독사의 눈으로 지켜왔다
누군가 손등에 진달래 꽃잎 같은
검역 딱지를 붙여 놓았다
따악 따악 한 개, 둘
그들 중
종합병원 흰 까운 출신 한 사람이
깔대기를 만든 손바닥을 입에 대고 깜지른다
'겁먹지 마세요 코로나
다음에 올 때는 하얀 마스크 준비해 올께요'
'동네는 안전하다' 마을 방송은
초긴장한 산동네를 지진처럼 울려댔다
출장 나온 카메라가 무탈한 전망대 계곡을
쫙 스캔하여 간다
멋적은 바위손이 대머리를 긁적 긁적일 때
안도의 바람 소리가 귀에서 휴~우 빠져나와
봄 푸른 능선 솔가지 사이로 솨아 솨아
파도소리를 내고 지나가고
참았던 쉬야가 한꺼번에 터져 계곡 골자기 둑을
뛰어 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