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합글

사당의 밤

마음의행로 2020. 10. 23. 10:32

ㅡㅡㅡ
마지막 정거장 입니다
이 전철은 더이상 가지 않습니다
모두 내리시기 바랍니다
여행을 마쳐야만 하는 사람들이
우르르 내리고
줄 지은 사람은 다음 차를 기다린다
꼬막 상점 할머님은 내린 손님
하나를 맞는다
오이도 오이도행 열차입니다
빈 자리뿐인 열차로 승객은 눈이 번쩍인다
문이 열리자
자리잡기에 분주하다
지나가는 잠간 인연이지만
빈자리 덕에 반가웁다
사당의 밤은 만남과 헤어짐의 거리로
가득하다
푸짐한 서민 음식들이
이곳 저곳에서 냄새를 날리고
킁킁거리는 코는 따라 끌려간다
소주 한잔 부딪히는 소리에
숯불 짜글리 피워내는 주인의 밝은 얼굴
지글 지글 삽겹 굽는 소리
이곳 저곳 위하여를 외치는 소리
앞치마 서빙하시는 분의
피로가 보일 무렵
하루의 피로를 풀고 조금은 흐릿한
눈망울로 내일을 기약한다
어이 친구 잘가
그래 잘가 다음에 보자
빈 걸음에 몸을 싣고 끄억 끄억
젊은날 밤
콧노래를 부른다

'하루에 일을 끝내고 돌아서면
거리엔 사람에 물결
하늘엔 별이 하나둘 반짝이면
가로등 하나 둘 꽃피네
허공을 스치는 바람은 차도
허무한 마음은 애드버룬
가벼운 발길 헤어질 때 인사는
내일 또 다시 만납니다'
금호동이 퇴근 후 밤 거리를 읽어내는
가슴에 찬 노래다

막차 전철이 떠나가고
대리운전 차를 부르는 손길이
핸드폰을 바쁘게 한다
사당역 밤은
불이 하나씩 줄어들고
싸늘한 관악산 바람이
골목길을 쓰러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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