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합글

쟁기와 보습

마음의행로 2019. 12. 20. 16:00

 

 

어릴적 아버님을 따라 밭으로 갔다

오늘 밭 4 마지기를 갈아야 하신단다

어젯밤 쇠죽을 맛 있게 끓여 소에게 많이 먹였다

힘을 내일 써야하기 이리라

무거운 쟁기를 지게로 지고 소를 몰고

밭으로 갔다

쟁기 앞에는 끈으로 소에게 연결되어 있고

쟁기에는 땅을 파는 날카로운 보습이 땅을 향해

60도 정도로 세워져 있다

아버님은 소와 쟁기를 한거번에

움직이신다

소가 바르게 가도록 이랴 자랴로 소리치시며

소를 오른쪽 왼쪽으로 움직여 밭 갈이를 한다

밭을 깊이 갈 수록 농사가 잘 된다

너무 깊으면 소가 힘이 들어 곧 지쳐버린다

너무 얕으면 곡식이 잘 안 된다

여기에도 아버님은 경제학을 알고 계신다

소에게는 오늘 4 마지기를 갈 힘을 고루 쓰게한다

보습은 너무 깊거나 얕거나 하지 않게

적절한 깊이를 유지하기 위해 쟁기로

보습의 각을 조절하신다

거기에 쟁기가 넘어져서는 안 된다

땅을 파서 엎는 데는 보습의 역할은 핵심이다

이 전체를 운영하시는 아버님이 가장 크시고

둘째는 끌고 가는 힘을 내는 소다

세번째는 쟁기이다

아버님과 쟁기와 소가 어느 하나라도 없다면

밭을 갈아 엎는데 보습 역할은 없다

보습없는 다른 것도 마찬가지이다

쟁기질은 우리 아버님들이 통과해야할

교과목이었습니다

갈아 엎은 4 마지기 밭은 겨울 삭풍으로

두둑과 골을 삭히여 산소를 불어 넣고

벌레를 죽이고 햇빛을 밭아 새로운 영양소를

땅에 채워 넣을 것이다

가장 큰 아버님 역할도 삭풍이란 자연의 섭리

앞에서는 초라하기만 하다

쟁기, 보습, 소, 사람, 자연 어느것 하나라도

평형이 깨지면 농사는 흉년이 되기 쉽다

조화만이 풍년을 기약할 것입니다

아버지는 자연에 순응하고 쟁기와 보습 소와 자신

모두를 품었습니다

 

#보습 : 쟁기에 끼워 넣는 쇠로 만든 땅을 파는 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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