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생각하며

공짜 사랑

마음의행로 2019. 4. 30. 06:04

 

갈 때는 하나 둘 올 때는 한 짐이다

날마다 이것 저것 챙기다 보면

이번에는 이린 크기와 종류가 필요하고

저기에는 둥글고 작은 것

아니 네모난 것

오늘은 아주 큰 통이 필요하다

유리그릇 프라스틱 그릇 양은 그릇

음식물 색갈 베지 않는 그릇

네모난 것 동그란 것 위로 높은 것

납작한 것

종류도 수 십 가지이다

엘리비에어터에서 아주머님이 묻는다

이게 뭐예요?

아 예 빈 그릇들입니다

딸래네 갔다 오시는가 보네요

어떻게 잘 아시네요

저도 딸한테 갔다 오는데요

저도 빈 그릇들 이예요

ㅎㅎ 그러세요

사모님께서도 이 아파트에 따님이 살고 계시는가

봅니다

젊음이 많이 계시다는 뜻으로 사모님이라

불러드렸더니

아니예요 할머니 된지 오래 되었어요 하신다

딸 시집 보내면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다

손자에 사위까지 다 챙기다 보면 두 시구가

더 늘어난 셈이다

매운것을 좋아해서 청양 고추장을 따로 담아

보내 주니 사위가 최고로 좋아 한단다

손자가 좋아하는 것도 따로 챙기니

음식물 종류 그릇 종류가 수 십 가지이다

그러니 2~3 일이면 보따리가 몇 개 씩이다

과일 야채 견과류

7~8 가지가 들어간 쥬스를 매일 마시게 나른다

반찬은 종류대로 국 종류만도 몇 가지나 된다

고기와 생선 과일도 종류대로 싸 보내다 보면

하루를 보내는 시간이 드러누워야 끝이 났구나

하고 천정을 처다본다

시집 보냈더니 일거리가 덩쿨채 들어 왔다

딸애가 ㅇㅁ ㅇㅃ 차라리 우리 같이 살자

제일 크은 아파트로 옮겨서...

저녁에 우리 둘이서 속삭인다

아건 함정이다 ㅎㅎ

조심해야 한다 들어가면 정말 식모로

전락하니까 여자 식모 남자 식모로,

그럼은 산골짝 오두막 집 하나 얻어 살더래도

같이는 안 산다고 서로 다짐한다

종이 되기 싫어서가 아니라

주체로서 살고 싶어서이다

적당한 간격은 누구에게나 필요하다

비록 보따리를 싸들고 왔다 갔다 하더래도

이게 편하고 서로 고마워 할 줄을 알게 하는

방법이다

어머님이 해다 주신 고추장은 맛이 없다고

사위가 버리라고 해서

결국은 우리가 갖다 먹게 되었다

딸도 시어머님 반찬은 입에 맞지 않는다고 했다

다른 애들은 시어머님 반찬이 제일 맛있다고 하니

시어머님 그 이야기를 듣고 반찬을 계속해서

해 오신다고 한다

우리 사위부터 맛이 없다고 퉁을 주니

잘 됐다 싶어 안 샤돈 아무것도 해다 주지 않으신다

남 애들처럼 요령도 못피우고 사는 딸

그저 친정 어머니만 부려 먹는 셈이다

어이쿠....

그렇지만

든든한 사위, 시간 시간 보고 싶은 손자,

예쁜 딸 그들을 이렇게 사랑 하는 것만으로도

우리 부부는 늘 행복해 한다

그들이 없다면 이 행복을 어디서 얻을 수

있을 것인가

그들에게서 받는 살아가는 힘과 에너지는

공짜보다 더 공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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