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합글

어젯밤 눈에

마음의행로 2019. 2. 16. 08:00

 

' 아 !! 행복하다'

대나무 잎사귀들이

하늘의 하얀 눈 축복을 받고서 하는 말이다

얼어 붙은 손에 찬물을 부으면

따뜻하듯

언 대나무 잎에 눈이 내리니 오히려

푸근하여 진다

작년에는 너무 강 추위가 오래가

대나무 몇 개가 얼어 죽었다

금년에는 잎파리까지 파랗게 겨울을 즐기고 있다

옛 시골집에는 대나무 밭이 있었다

저녁만 되면 참새들이 날아들어와

시끌 벅적였다

와! 오늘 대박이었지

박씨네 수수밭 모가지를 베지 않아

수수를 몽땅 까 먹었지

말마 나는 이씨네 논에 세워둔

허수아비 머리에 앉아 망보며 나락 까먹고

놀았으니까

저기 냇가 모래 많은 땅에 심어 놓은 들깨 밭

들깨를 베어 놓고 아직 털지 않아 실컷 먹고 왔지

대나무 밭은 해질 무렵이면 오늘 잔치 이야기에

온통 시끄러웠다

오늘의 결산 보고회가 열리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후드득 후드특 날아들어와 산 비둘기도

대나무 밭에서 잠을 잔다

참새도 비둘기도 없지만

어젯밤에 내린 눈은 아파트 벽면에 심어진

대나무에게는

도시의 불면증을 날려버린 잠 깊은 밤이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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