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합글

입춘

마음의행로 2019. 2. 1. 05:55

 

차를 몰고 집으로 왔다

친구들과 모이자는 제안이 모두 받아들여

졌다

저녁을 먹으려면 이동 시간을 더하면

한 시간 반은 족히 잡아야 한다

나는 머리 속에 카드 그림을 그렸다

에이스 네 장

지하철로 이동해서

친구 집 아파트에 도착했을 때였다

몇 층이라고 했지 호수는?

기억을 아무리 찾으려고 해도

복덕방에서 나에게 맞는 집 찾기처럼

나타나지질 않았다

어떻게 연락을 할 수 있을까

전화를 할 수도 없고 친구 전화를 받을 수도 없다

나는 작은 섬이 되어져 갔다

아파트 정원에서 서성거리기로 했다

혹시 밖을 내다보면 나를 발견될 수 있지 않을까

10 분이 지나도 15 분이 지나도 그대로였다

이토록 망막하기가 그지없다

아파트 출입구 쪽으로 몸을 돌렸다

어떤 아저씨가 들어가다 말고 나를 쳐다 보더니

혹 이 아파트 누굴 만나러 오셨느냐고 묻는다

어떻게 아셨냐고 물으니 좀 전에 정원에서

아파트 쪽을 쳐다보고 계시길래 어떤 분일까

그랬는데 입구에서 만나게 되니 그런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아파트에서 층수도 호수도 모르는데

가르쳐 줄 수 있다는 건 상상이 되질 않았다

그래도 몰라서 철훈씨를 찾는데 키가 저만하고요

알 수 있으시겠어요

오! 철훈씨요 14 층 6호예요

나하고 아파트 동 감사 인수인계 했거든요

아이구 고맙습니다

홀로 도시 속에서 섬이 되어 보긴 처음이었다

별주부전에서 토끼가 간을 놔 두고 왔다고

다시 육지로 나와 살 수 있게 되었다

그래 간을 놔 두고 다녀야 살 수 있지

ㅎㅎ

전화, TV, 라듸오, 컴퓨터, 카메라, 은행, 카드,

노트, 책, 달력, 전화번호부, 우체국, 증권,

유통회사,

앨범, 카페, 열쇠, 후래쉬,시계.기상청.........

세상에 아니되는 것 빼놓고 다 되는 것

이런 간이 있다면 빼 놓으면 그야말로

암흑천지가 될거다

잃어 버려서도 잊어버려서도 아니된다

휴대폰은 결코 몸에 지녀야만 현대를 살아가기

유익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복잡한 무기를

아예 소유하지 않고 사는 사람도 있다

그 마음은 태평양보다 넓다

호수보다 잔잔하고 윤이 흐른다

전화 기능 하나 없어서 쩔쩔 매었었는데

앞의 기능을 몽땅 버리고 사는 사람은

어떤 자세로 세상을 대하고 해석하고 대처할까

현대 문명의 이기를 거부해 버리고

깊은 산중으로 들어가 사는 스님에 비교될까

해 아래서 빛나는 봄날 새롭게 돋아나는

새싹과도 같은 것일까

2월 4 일이면 입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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