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이리도 예쁘고 아름다운 샘이 있을까
경희궁 태령전 뒤에 바위 아래 바위 바닥에서
물이 조금씩 나오는 샘이다
샘의 깊이는 손톱 하나의 얇은 깊이
둥그렇게 다듬어 아래로 한 방울씩 흘려 내리고
있는 샘
겨우 차를 끓여 먹을 수 있는 량만 나오는 서암 샘
조선 때부터 지금까지 쉬지 않고 나오고 있어
마치 잊혀지지 않을 사연이 있을듯
물은 바위 바닥에서 병아리 눈물만큼
스며나오고 있다
샘이라 부르지도 아니 부르지도 못할
이 얕은 샘
아마 세상에서 가장 얕은 샘이지 않을까
나는 숨막히도록 벅찬 가슴에 심장이 뛰었습니다
도시가 들어서고 산 허리가 잘리면서
물줄기가 바뀌고 사라졌지만
변하지 않고 흐름을 유지하는 샘
대를 잇는 족보같은 흐름이 떠올라
사실 이곳을 전혀 떠나기 싫었습니다
언젠가 다시 찾아 종일토록 그 옆에 앉아서
역사를 읽고 싶고 조선을 만나고 싶어
찻잔 하나 량 만큼만
물을 꼭 얻어내고 싶은 곳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