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합글

천리향 살아가기

마음의행로 2018. 3. 8. 13:18

 

베란다 문을 여니

꽃향기가 거실로 가득 들어온다

아내가 어렵게 어디선가 구해 온 자그마한 꽃나무

소중히 키워보자고 해서

세상에 어떤 식물에게도 뿌리를 허락하지 않은

순수한 마사토를 구해 와서 거름을 주고 심었었다

고맙기라도 한듯 잘 자라 주었고 매년 이른 봄

2윌이 되면 무수한 꽃향기를 품어 베란다를

꽉 채워 주었다

천리향 꽃나무라 했다

그를 보살핌은 아내고 나고 할 것 없이

하루도 눈길이 빠진 적이 없다

어쩌다 노란 잎파리가 생기면

영양이 부족한지,

물이 부족한지,

가을을 보내고 겨울을 준비하여서 인지,

꽃을 피우기 위해 영양을 적게 소모하기 위해

스스로의 잎파리를 떨어뜨리기 위해서인지

해석의 눈은 매서웠다

그러다 보니 그의 의사가 되어가고 있었지 않나 본다

그가 그의 자리를 지키고 사는 모습을 보며

배울게 참 많았다

그는 한 번도 자연의 변화를 어겨 본적이 없었다

4 개의 계절을 다 읽어내고 자리를 지켰다

이른 봄 꽃을 피워내기 까지

바람과 햇빛으로 숨을 들이쉬고 내쉬고 스스로를

지켜가며 사는데

한 치의 흐트러짐을 찾아 보지 못했다

그의 자리를 지킨다는게 얼마나 많은 과정을

순서를 지키며 해내야 하는지를 보았다

자신을 그리 지켜내지 않았으면

오늘 아침에 그의 향을 거실로 가득 채워내지

못했을 것이다

나를 지킨다는 것 지켜낸다는 것

삶의 순환 고리에서 한 가지라도 흐트러짐이 없이

이어가고 이어냈을 때

비로소 내자리를, 내를 천리향처럼 지키지 않을까

고맙고 감사하고 사랑하는 눈으로

그를 보며 그 모습을 찍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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