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글

연필을 깎으면서

마음의행로 2017. 6. 26. 10:03

 

연필을 깎다 보면

음양이 있습니다

한 면은 잘 깎이고 다른 면은

칼 날이 푸욱 들어가거나 미리 떨어져 나오거나

이쁘게 깎아 쓰려든 마음 떨어져

양 면 다 잘 깎이는 나무로 하면 좋으련만

연필을 똑 바로 세운 정자체 글씨

옆으로 살짝 누인 편안한 글씨

성품에 따라, 잡는 방법에 따라

모양 다른 체가 묻혀 나옵니다

볼펜 처럼 미끌리지 않고

사악 사악 종이에 갉히는 소리

붓 처럼 꼬리 없어도

부드럽고 힘 있는 글씨

연필 글씨엔

가벼운 향이 들어 있어

깎을 때마다

스치는 향분 나와ㅡ

코 끝으로 까맣게 써내려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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