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 부러진 봄 바람이
한 여름 땡볕에
혼 한 번 나고
태풍에 몸 가누기 힘들어하다가
가을 단풍맛을 보더니
제법 뻣뻣한 자존심 생겨
억새풀 코스모스 허리 지켜 주고
들국화 꽃잎 콧털 바람 건들면서
이 꽃 저 꽃 농장 주인처럼
머리 쓰다듬고 쓸고 다닌다
곧 닥쳐올 매서운 놈
엄동설한 이기려면
들판 건너고
강 건너
산맥 넘기 연습 하려무나
눈 살 파헤쳐
산호초 같은 상고대 숲 이루고
산 넘어 따스한 봄바람 되면
들판지나 강 건너
자존심 가지고
이 가을로 다시 올꺼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