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가뭄으로 산하가 메말랐다
봉우리. 봉우리 어우려지던 숲 잎가지들이
고개를 숙이고 애를 태우고 있었다
하늘을 우러러 빌어도 소용이 없자
본격적으로 고개 숙인 기도 모드에 들어 가게 된 것이다
기도하여 들어 준다면 날마다라도 하겠지만
하늘은 그리 쉽지 않다
바위틈에서 자란 소나무에게는 물 한방울이
아쉬웁지만 자신 몸에 수분까지 다 쓰고 난 후에
겨우 목마름 정도 비를 주신다
수 십년을 살아 온 그는 이런 고통을 누구보다
많이 겪었을 것이다
언덕배기에 자리 잡았던 갈참나무는 끝내
숨을 거두고 말았다
우뚝 자란 나무는 뿌리를 깊게 내려 가뭄을 쉽게
이겨 나가고 그 밑에서 숨쉬고 사는 작은 키 나무의
잎이 마르지 않게 입사귀로 그늘을 만들어 주고
작은 키 나무들은 낙옆들을 뿌리 근처에 모아
큰 키 나무들의 뿌리가 마르지 않게 습기를 보호하여 주며
이 가뭄을 견디어 내고 있다
큰 놈 작은 놈 퍼진 놈 얄쌍한 놈 잎이 가늘고
넓고 양지녁에 서 있거나 북쪽을 좋아하는 놈
바위 근처를 좋아하거나 흙이 많은 곳을 챙기는 놈
가지가지 모습으로 살아가는 숲목들이
겨우 숨만 쉬고 살다가 서로 부딪치고 건드리고
싸움 판이 벌어지는 소리에 신경 쓰던 그들에게
어제 온 비에 흠뻑 젖게 되자
모든 갈등에서 벗어나 나긋한 자태로
메말랐던 자신들을 돌아 보며 이웃들에게
미안해하며 너그럽게 부드럽게 촉촉한 눈길을
보내고 있다
지나온 역경과 스트레스를 털어 버리고
산과 숲은 어느새 여름을 만끽하며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자연도 똑 같아 목을 축이니 달라진다
산들 산들 한들 한들 바람결이 능선을 감아 돌며
노래와 함께 춤사위를 벌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