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하면 세상 만사 다 접어두고 이야기를 듣는다.
또 그리로 달려 내려 간다.
옛 이야기가 되살려 나와서 나는 금방 그 어린 시절의 몸으로 생각으로
아니 그 초롱 시간으로 들어간다.
뱀의 허물 벗듯 지금의 생활 탈을 모두 벗어버리고
벗는 시간은 길지 않다.
고향이라는 근처 이야기나 바람 소리나 내음만 풍겨도 나는 녹아 들어 간다.
그땐 참 시간이 죽 늘어난 엿 가락처럼 느긋하니 길기도 길었었다.
춤지도 배 고픔도 서럽거나 괴롭거나 귀찮음도 모르고 지냈다.
거기엔 쓰고 달고 맵고 짜고 시고 시린 어머니의 노래가
내 고향을 메워주는 전설로 나의 머리속에 간직이 되어 있다.
동네 이야기, 잔치 집, 사랑방 소식, 논 갈고, 밭 호미 쇠스랑으로 고르고
모 심다가 허리 펼적엔 저고리 떠들고 아이 젖 먹이시고
운동회 땐 내 손잡고 죽어라 내 달려 비과를 상품으로 고마워 받으시고
내 입에 폭 넣어 주시고 만족해 하셨다.
양잿물로 빨래 삶아 히디힌 동생 기저귀 죽 걸어 놓은 빨래 줄
밥 솥에 불 넣다가 순간 쫒아가서 쌀 보리겨 바닥 바닥 긁어서 돼지 밥 주고
점심 샛참 한짐 머리에 이고 바람처럼 갔다 논 두렁에 내 놓으셨다.
돌아 오는 길엔 언제 뜯으셨는지 씀바귀 쑥이 보따리이다.
종일 일에 고달픈 몸, 아프지도 못한 생활, 틈틈엔 모두 먹거리 만드는 생각
집안 일 챙기는 순서 순서 일어나는 일, 일, 일
짬나는 시간엔 빨래에 숯불 붙여 쇠다리미로 바지 저고리 다리고
밤엔 배틀에 몸 묶어 명주 배, 모시 배 새도록 미 당겨 내시고
꼬꾸라지신듯 구들장 방 한쪽 구석에 벼개도 없이 당신 팔 벼개로
노곤한 하루를 한 잠으로 막아 내시고
이것 있으면 저것이 없었고 이도 저도 없으면
어머니는 이 수단 저 수단 빌려 먹거릴 만들어 내시고
눈곱 만한 밑이 있으면 그걸로 짓고 거르고 짜고 합하고 부벼서 한 상 먹게 봐 내셨다.
결국 먹고, 입히고 가르치고 키우는 일로 평생을 보내셨던 어머니
그 "어머니" 가
세상은 크게 바뀌었지만
지금은 내 아내가 어머니 되어 옆에 곤히 잠자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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