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생각하며

아빠 뭐해

마음의행로 2013. 10. 12. 04:52

  아빠

오늘은 뭐해..?

짧은 글에 갑자기 애잔해 진다.

시가 전해 주는 전율 같은 것이 카카오톡엔 들어 있다.

딸애의 일상이 들여다 보인다.

그리 건강치가 아니되지만,

애 기르고 집에서 가지고 있는 산더미 같은 직장 일

어지러진 거실, 기어다니는 이리 저리 욱이..

치워도 그게 그건 것 같은 집안 일,

딩구는 빨래 감에 털어 내야 할 이불, 벼개, 포대기......

치워도 표 하나 나지 않는 끝 없는 일들

네가 건강해야 애를 잘 길러 낸다

잘 먹고 끼니 거르지말고,

늘 채근하고 다독이는 말이다.

일 주일에 두 번 찾아 전해 주는 음식들

찌게, 전, 개란말이, 반찬....

가서 보면 그걸로 먹는 걸 떼우고 사는 것 같은

말라 있는 주방

힘 들면 사다 먹은 음식들이 보이는 비닐 봉지에 적힌 상호, 상표들

우리 젊었을 적엔 애 몇 키워 냈어도

힘든 줄 모르고 해 냈지

냉장고, 세탁기는 꿈 꾸어 본 적도 없었고,

연탄불 하나에 밥 짓고, 국 끓이고 빨래 삶아 내고...

빨래 줄에 걸린 펄럭이는 하얀 기저귀

그 빛에 힘이 났었고 그래 그리도 문질러 댔었지

너희 셋을

애 하나도 감당 못하는 요즘 우리 딸

세상 따라서 몸도 마음도 힘도 같이 가는가 보구나..

위로를 해 주며 살아간다.

용기를 네 스스로 내야지 용기를

하면서도 짠해 지는 우리

응, 무슨 일 있느냐..?

아니..

오늘 날씨가 좋아서,

아빠 사진 찍으러 나가시면 좋을것 같아서..

또 가슴이 멍해 진다.

애가 마음이 많이 지쳐 있구나

종일 애와 같이 집에 있는게 보인다.

다음 날 딸애 집에 들렸다.

아빠 주 말엔 뭐해..?

두 번째 꺼낸 같은 말을 이 번엔 귀에서 듣는다.

영화는 일이 끝나면 가도 되고 하고 말이 흐려 진다.

그래 네가 좋아하는 영화

그걸 보러 가면 스트레스 풀린 너를 보았었지

조용히 카톡을 열었다.

박서방 진이가 주 말에 영화가 보고 싶은가 보네

욱이는 우리가 봐 줄테니 스케줄 잡고

시간 연락 해 주게

넵 감사합니다 반가워서 좋아하는 박서방 이 카톡에 들어 있었다.

우린 가능 하면 주에 두 번 가까운 산에 오른다.

깊이 숨 들여 내 쉬고 하는 심폐 운동에 아주 좋아서고

조용히 산에서 자리 깔고 누워서 네 다섯 시간

절반이 지나고 난 오후이면 

꼭 몇 번씩 풍겨 코 끝에 소나무 내음이 날 때면

지친 몸, 마음이 살아나는 듯 하는 산을

아!

우리 만 지친게 아닌

딸도 많이 지쳐 있구나

그래 조금 더 시간을 네게

내어 주마

아빠 고마워요 입에서 나오는 말을

하루를 시작해서 네 시간 반을  지난 지금

기쁘게 기다려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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