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생각하며

몇일 동안

마음의행로 2012. 1. 9. 01:43

 

  오늘도 시장 이곳 저곳을 둘러보고 다닌다.

어제 생각해 두었던 것들을 머리 속에서 하나씩 꺼내서 살것들을 순서대로 찾아 간다.

그리고 생각나지 않아 사지 못한 것은 없는지 두 세번 속으로 비교해 본다.

아마도 이틀분 국거리, 반찬은 가능할 것 같다.

그 중에도 국거리가 늘 외롭다. 찾기가 힘들어서 일까? 그런 너만 있으면 언제나 족하다. 

그제도 어제도 그랬고

또 내일도 먹거리가 머리속에 돌아다니고 있을 것이다.

달이가고 년이가도 해와 달이 변함없이 뜨고 지듯

그런 일상이 또 마주치게 한다.

 

서울시에서 언젠가 제안을 한 것이 채택이 되었다고 하면서 주소를 확인하는 전화가 왔었다.

그리고 일 주일쯤 지나서 문화 상품권이 왔다.

이 정도면 책을 다섯 여섯권은 살 수 있을 것 같다. 짭짤하다.

늘 들리는 서점엘 가서 소설이 있는 곳과 시집이 있는 곳을 뒤지다가

각 각 한권의 책을 사가지고 왔다.

남이 사는 세상을 들여다 보고 있으면 살아 있구나 생각이 들 때가 많다.

그래서 책을 찾는다.

그런 서점에는 살아 있는 사람이 많이 있다.

 

일주일에 두 세번 시간을 내어 걷는다. 걸으면 몸의 군살이 빠지듯 머리속에 들어 있는 것들이 가지런이 정리되고

부스러기들이 빠져 나간다. 

언젠가는 내몸 부지 못할 날이 오겠지만 그 도중에 자식에게 어려움을 주고 싶지 않아 열심을 낸다.

몸 무게도 많이 줄어들었고 제법 가볍게 몸이 앞으로 나아가는 느낌이 좋다.

 

카메라를 들고 옆 동네를 돌아 다녔다.

이 집, 저 집과 골목을 다니며 셔터를 누른다.

색을 잡는 것인지, 선을 잡는 것인지, 빛을 잡는 것인지,

사물을 이 구석 저 구석에 놓아 본다.

오늘 내가 어디를 갔다 왔느냐에 따라 오늘이 다르듯이 위치를 바꾸면 그 때마다 느낌이 다르다.

아름다운 것이 어떤 것인지 차차 바뀌어 가고 있는 것을 알아 차린다.

살아있는 것, 죽어 있는 것들....

열심히 산 흔적이 있는 것들은 다 아름다움들이다.

아마 세월도 그 속에 묻어 있어 더 할 것이다.

그 속에 들어 있는 시간을 잡아낼 수는 없을까? 며칠을 고민해 보고 있다.

 

친구들과 모임이 있는 날이다.

전처럼 만나는 기대감은 별로 없다.

서로 돌아가면서 장소를 잡는데 늘 새로운 곳을 찾기에 부담이 간다.

사당역 9번 출구로 가면 괜찮은 곳이 있는데 찾아가 보라고 귀뜸을 받았다.

가격이 싼편이지만 내용이 너무 충실하다면서,

두 여자분이 하는 곳인데 원주에 텃 밭이 있어 싱싱한 나물을 매주 직접 캐와서

반찬으로 쌈으로 내어 준다고 한다. 성실로써 장사를 이끌어 나가는 곳이란다.

만나서 이런 저런 옛 이야기거리가 반찬 수보다 많다.

지하철을 타고 집으로 가면서 핸드폰 속의 시간을 보며 오늘 하루를 이렇게 보내는구나 하니 씁쓸하다.

이게 쌓이면 내 인생이었다고 할까?

 

토요일이면 축하해 줄 결혼식이 많다.

시간을 조정해 가며 두 세곳을 부지런히 다닌다.

선배님도 동료도, 후배들도 만나게 된다. 스치듯 건강하시지요 하며 인사를 서로 건낸다.

환한 웃음으로 맞으며 옆으로 줄을 서서 차례로 악수를 주고 받는다.

왔다가 간 사람들의 잔영이 악수했던 언저리에 유령처럼 남아 있다.

한 친구가 또 한 곳을 들려야 한다며 인사만 하고 바삐 빠져 나간다.

저리 바쁘게 사는 친구와 느릿하게 남아 있는 친구와 차이는 무얼까? 

친구 자녀 결혼식을 두군데 돌아갔다 왔으니 헛이 오늘을 보낸 것은 아니라고

위로를 해 본다.

역시 씁쓸하다.

무엇이 나를 살아가게 하고, 어떤 시간이 잘 살았었다고, 그리고 족하다고 할 수 있으랴, 

집에와서 읽다가 중간에 덮어둔 소설책을 들고 갈피를 찾으니 읽은 내용이 떠오르질 않는다.

두장을 뒤로 돌려 다시 읽어보니 기억이 돌아 온다.

세상사 다 잊어버리고 글쓴이 생각을 찾아 나서니 마음 편해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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