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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깁기한 몽타주

땅이 하늘이 웅얼거렸다 에덴이 떨렸을 때 아담은 풍선 구멍으로 빠져나올 수 있었다 뿌리는 끈질긴 촉수로 땅에 붙임성을 파고든다 어디서 생겨났는지 근육질은 향과 열매로 가족을 낯선 고을에 아뢰었다 '나하고 농사짓자'는 밥상 언저리에 아린 토 하나 애먼 숟가락으로 찔림을 당한 아침 상 허허 뒤꼭지에 보여 준 하얀 웃음 한 뼘은 진학을 묘사한 어머니의 눈치를 알아 챈 남자가 취할 헤아림 뿐이었을까 숟가락 하나면 열 두락 들판인 시절, 길이도 무게도 아닌 머리수가 잣대였을 태양을 담을 저수지 긴 제방은 여섯 알 고동 주판으로 쌓아 세운 가계부였다 일순간 폐에 바람이 다녀간 것은 벌어 왔던 논 밭 산 허리까지 갉아먹은 길어진 병와 아버지 쪽에 누가 더 서럽게 섰을까 떠들썩했던 제사 날 화투장들 저마다 박음질해 둔..

시 글 2023.09.10

벌벌레 먹은 미소

벌레 먹은 미소/곽우천 쌍석이가 누구예요 ㅎㅎㅎ 그러실 줄 알았어요 선생님 성적표는 둘 다 100점이라서 첫 젖 물릴 때부터 먼저를 찾기 힘들었던 그녀 무슨 동물인가 싶어 낯 뜨거웠던 동네 어머 경사 났네 우리 동네 귀가 마음에 걸려 있었던 여직 가시지 않는 때 네~ 미소 속에 숨어 있어요 찌르세요 살짝 옆구리를 쌍호는 간지럼을 참고 좋아해요 명사 하나 덧 댄 형인 쌍석은 으젓해지고 동생이 된 쌍호는 늘 부족한 한 줌 아차 싶었었단다 두 켤레 고무신을 가지고 와서 어느 것이 내 것이냐고 쌍호는 네가 먼저 신어보렴 그게 네 것이다 인정을 받는다는 거 하늘도 알아주는 차별화 세월이 가도 남을 화석 같은 것 2억 5천만 년을 견디고 부르짖어 새카맣게 타버린 벌레 먹은 미소를 지지 않고 폐 속에 담아 두었던 쌍..

시 글 2023.02.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