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그냥 사는 거라고요

말 너무 쉽네요 공부도 쉽고 노래도 쉽고 지나기가 쉽고 좀 어렵네요 사람 알아가기가 어렵고 일한 대가 받기가 어렵고 먹여 살리기가 어렵고 나를 찾기가 어렵고 너무 어렵네요 남을 이해하고 나를 낮추고 타인을 사랑한다는 것 다 내 잘못이라는 것 세상에 더 어려운 게 있을까요 난 있어 보입니다 한 우주를 품고 기르고 끝까지 사랑한다는 것 입이 아니라는 것 손이요 발이요 머리끝이요 피였고 애간장이었고 참음이었고 견딤이었고 그래 그래였고 오냐오냐였고 눈물 한 방울이었다는 것 다 품으신 한 줌 어머니

시 글 2023.07.19

곱게 이야기 합시다

손 재주가 좋습니다 칼로 조각을 하는 분에게 하는 말이다 글쎄요 손이란 놈은 사실은 시키는 대로 할 뿐이예요 시키는 놈이 따로 있지요 보이지 않는 것을 보고 그걸 하라고 하는 놈이지요 세상을 아름답게 보는 사람 애정을 가지고 보는 사람 사랑스러움으로 보는 사람은 그 입으로 남의 탓이나 흠을 잘 보지 않지요 그 입에서 비판과 판단을 즐겨하지 않습니다 그의 편에 서고 그의 사정을 이해하려 하고 사랑과 애정어린 말을 합니다 우리가 그걸 생활화 한다면 주변이 크게 변할 겁니다 서로 따라하려 하겠지요 어떤 언론이 칭찬하고 격려하고 좋은 점을 이야기 하는 편에 선다면 모르면 몰라도 세상이 나라가 아름답게 크게 변할 겁니다 판단하는 사람은 판단 받게 된다지요 남의 말하기를 즐겨하는 사람은 결국 남의 말에 상처를 스스..

혼합글 2015.06.15

손을 잡으면 놓을 때를/신경숙( 어디선가 나를 찾는 전화벨이 울리고에서)

손을 잡으면 놓을 때를 잘 알아야 한다. 무심코 잡은 손을 놓는 순간을 놓치면 서먹해지고 어색해 진다. 버스에서 내리다가 학교 앞 지하도에서 올라오는 그와 마주쳤다. 인사를 한다는 것이 그의 손을 잡아버렸다. 야위고 뼈만 남은듯한 손이 내 손안에 있었다. 강인한 손뼈의 감촉, 야위었지만 그의 손은 거친 연장같았다. 눈으로 반가워 하며 그도 내 손은 꼭 쥐어 주었다. 바로 손은 놓았어야 했는데 손을 잡은 채 걷기 시작했다. 반가움은 사라지고 곧 침묵 속에 놓이게 되었다. 자연스럽게 놓으면 될 순간을 놓치고 나니 점점 더 손이 의식되었다. 탁 내려 놓자니 어색하고 그렇다고 계속 잡고 가자니 손바닥에 땀이 밸 정도로 긴장이 되었다. 그도 마찬가지인듯 했다. 우리는 말없이 걷기만 했다. 우리는 어정쩡하게 손을 ..

나의 여행 2010.06.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