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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계도를 머리에 이고 있는 할아버지
집에는 해와 달이 살고 있었다
다리를 파고 가슴 빗장을 치고 하늘을 덮었다
등짐은 수직과 빗금을 바람으로 날랐고
가로 세로와 높이가 세 덩어리, 이불은 목까지 올라와 귀를 열었다
평방미터가 셋 앞마당과 상추 고추 파 심은 텃밭, 옆 울타리 사이 작은 꽃밭이 있다
빈 공간은 집안을 감싸 돌고 늘 햇빛과 달빛이 내려와 뜰을 놀다 갔다
외딴집엔
사람이 살고 있다고 짖어댈 멍멍이 한 마리
오동나무에 걸린 전화기 하나 방으로 오고
땅그랑 땅그랑 풍경 소리 내는 송아지 귀걸이에 새벽 따끈한 여물이 익었다
까치가 요란히 날개 치던 아침 날
마을버스가 찾아오기 시작하고
빈집에는 양털 걸친 세단이 오고 갔다
오밀조밀했던 가족은 떠났다
다 사라지고
떠나지 않은 해와 달이 살고 있는 뜰을 누군가가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