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합글

빨간 고추

마음의행로 2019. 9. 9. 11:05

 

자매 결연으로 고추 따러 간적이 있었다

오전을 마치고 나니 직원들이 모두

지쳐버렸다

점심 시간이 되어 밥을 먹으러 갔으나

아무도 숟가락을 들지 않는다

나는 알고 있었다

힘이 너무들면 밥맛이 전혀나지

않는다는 점을...

알아차리고 찬 물을 가지고 왔다

물에 말아먹으면 먹을 수 있습니다

그래야 오후를 또 견디어 냅니다

고추 잠자리처럼 빨간 고추가

추석 바로전에 등장하는 이야깃거리

초벌 고추, 두벌 고추, 세벌, 그리고

마지막 따는 고추 중 두 번째가

가장 실하고 전반적으로 좋은 품이된다

올 해도 작년에 산 집에서 사게 되었다

색갈 예쁘지 맛이 좋지 시골 분이라도

속이지 않고 그대로를 보여 주셔서

믿고 60근을 샀다

값을 더 주고 사더래도

매년 시원찮은 고추가루에

김장시 마다 걱정을 놓을 수 없었었다

작년에 남은 고추가루로

배추 김치를 담았다

큰 올케 작은 올케한테

추석 때 주려고 하는데 너무 예쁘고

맛도 있었다

그 고추를 샀으니 올해도 안심이고

가슴 든든하다

이틀 동안 아내와 고추를 다 닦아내고

꼬투리를 모두 따냈다

고추가 비로 인해 조금 눅눅하여진듯

하여 오늘부터 거실에 말리고 있다

이 고추는 배추 속에 들어가

우리 집, 딸래 집, 큰 올케, 작은 올케

집으로 날아갈 것이다

붉은 마술을 가득 담아가지고

칼칼하고 따겁고 매우면서도

입맛 땅기는 소스로 자리를 지켜

갈 것이다

거기에다 돼지고기 숭숭 넣은

김치 찌게를 밥상에 올려내게 할

것이다

가을의 상징저럼 길가에 죽 널려져

말리우고 있는

빨간 고추가 눈에 선하게 들어오는

햇살 좋은 날은

꼭 연탄 500백장을 집에 들여 놓고

겨울을 넉넉히 기다리던 옛날처럼

흐뭇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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