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하는 사진

상형 문자

마음의행로 2018. 10. 6. 10:10

 

아침 설겆이를 다 마치고

싱크대를 마지막 씻기 위해

철 수세미에 비누를 묻혀 바닥을 문질러 댔다

한 참을 문지르고 나서 보니

비누물이 싱크대에 번져서 생긴

이상한 무늬가 나타났다

이집트 벽에 새겨진 상형 문자였다

수 천 년 전을 돌아간듯 알 수 없는 문자에

넋을 잠시 놓았다

사람도 보이고 동물도 보이고 숫자 같은 것도

보이고 다양한 문자 형태가 생겼다

이 무늬를 이용하여 옷감이나 조각에 생긴다면

바로 나는 그 옛날 문으로 들어갈 참이다

그들과 대화를 나누고 소통하며

생활을 할 바였다

이집트는 멀지 않았다

지하 무덤 벽에 새긴 글이 순간에 다가왔다

파피루스는 아니지만 스텐리스 싱크대는

오랜 세월 전의 문학과 시를 노래하고 있었다

나비 날고 새는 소리내고 사슴과 토끼가

목청을 내고 있다

생활 속에서 볼 수 있는 다양한 무늬가

우리의 상상력을 키워주는 단초를

달아주기도 한다

오늘 아침 씽크대는

비오는 날의 상형문자 수채화였을까?

잠시 이집트 꿈을 꾼 아침이었다

'생각하는 사진' 카테고리의 다른 글

곶감  (0) 2018.11.27
꽃나비  (0) 2018.10.11
고난의 승리  (0) 2018.05.18
봄 나들이  (0) 2018.04.08
부자된 느낌  (0) 2018.04.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