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합글

성묘길

마음의행로 2017. 9. 25. 17:58

 

가을 풀 벌레 소리가 산하에 힘이 차다

찌익 찌익 찍찍, 피이 피이 피이

쓸쓸쓸 쓸쓸

아침 일찍 출발하여 공원 묘지에 닿으니

반겨 주는 놈들이다

해마다 두 번씩 찾는 이 길에는

고향 가는 길이 아닌 하늘 가는 길처럼

부푼 마음이다

얼마 동안 이 길을 걸을지 알 수 없는 노릇

그래도 건강이 남아 있어 운전하고 다니는

복은 쌓여 있어 행복한 아침이다

나무들이 가을 채비에 바빠 보인다

벌써 말라버린 가지도 보이고 날개를

떨어뜨린 놈 잎새를 물들이기 시작하는 놈

목마를 겨울 동안을 견딜 준비를 하고 나선다

잠자리들이 활공을 자유자제로 하고 있다

마지막 비행 일지를 쓰고 있다

풀 깎는 기계음이 요란하다

남아 있는 등성이 산소들의 풀을 베어 나가고 있다

공원 묘지가 된지 40여 년이 지났다

산소에 대한 새로운 관리법이 등장해야 한다고

이야기가 무성하다

추석 날에 보아도 그 많은 산소에 찾아오는

가족이 확 줄어 몇 군데만 드문 드문 했다

그나마 나이 드신 어른들만 찾지 젊은이는

보이지 않는다

아마 XX도 할아버지 할머니 산소는 찾지

않을 것이고 지 아버지 산소도 찾을지....

나이 들어가니

지금부터라도 가르치면 알아 듣고 해나갈지?

산소 관리 문제로 뜨거운 오늘이었다

여기를 오려면 반나절을 가까이 보내야 했다

마지막 50원 내고 트럭에 짐짝처럼 타고

산소에 도착한 후 벌초를 하고 성묘까지

다 마쳤었다

마치 고향에 가는 것처럼 구비진 길 길을 돌아

이 바람 저 바람 가을 바람을 맞으며

밤나무 아래가서 밤도 줍고 개울가에 가서

가재도 잡고 오르던 산소 길엔 추억이 많았다

코스모스는 어찌나 많이 피었고

누런 벼 이삭을 까 먹으며 외양간 소똥 냄새로

고향에 온 착각을 하기도 했다

낫으로 두 시간 가량 산소 주변을 깎고 나면

피곤도 하고 배도 고파 싸온 빈대떡과 밥과 김치로

점심을 먹곤 했다

요즘은 공원 산소 벌초는 일 년에 얼마씩 내면

공원 관리소에서 깔끔하게 정리를 해 주어

다른 준비는 필요가 없게 되었다

벌초를 끝내고 예배를 보고 나면 마음에 든

여러 불 필요한 잔상들이 사라지곤 했다

오늘도 좀 서운한 생각이 있다면

정성껏 준비한 낫으로 벌초를 할 때처럼

산소에 오는 길에 마음이 정갈하지 않다

남이 다 해 주니까 손님처럼 왔다가 가는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어찌보면 마지막 남은 효심을 발휘할 좋은

시기요 절기인데

기회 박탈의 하전함 쓸쓸함이 아니련가 싶다

벌초 하지 않는 산소를 보면 이왕 하는 김에

같이 해 주고 나면 뿌뜻함과 생길 연민도

이제는 한 가닥 추익으로 남을 뿐이다

산소 관리를 얼마나 중요시 했던 그 시절이

행복했고 따뜻했고 가족의 질서를 지키고

다시 한 마음되어 새로운 가족애를 다지는

인간미 흐르는 벌초와 성묘길,

예전 것의 사라짐에 대한 좋든 아니든

이를 받아들일 수 밖에 없는 현실 앞에서

죽은 후 내 몸 관리까지 신경써야 할 오늘을 보며

허전하고 씁쓸하고 안타깝고

잃어버린 산소 문화의 추억을 그려 본다

마지막 남은 효심을 생각하며

내 부모 만이라도

예전 처럼 찾아가서 대화하고 나올 수 있음에

감사를 드리며

공원 묘지 높은 하늘 구름을 쳐다보며

빈 가슴에

쉬이 방안이 잘 나올 것같지 않은 산소 이야기를

등짝 뒤에 메고 되돌아 오는 하루였다

성묘길은 고통을 내려 놓는 길

성묘길은 에너지를 얻고 오는 길

성묘길은 가족애를 찾아오는 길

추석에 다녀오는 성묘길이 이런 길이 되시기를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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