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글

동산 아랫집

마음의행로 2016. 11. 6. 02:12

 

욕망의 덩어리

자랑하고 픈

유리벽

빼앗겨 버린

하늘

나와 무슨 상관이

있을까

바벨의 권위 높이 세우고

두리번 거려

동서남북

내려 보고

뭐든 긁어

빨아들여버리고 말듯

빈 집 같은

허망

다 갖춰진 삶

재미 찾아질까

명패 하나에

수 만명 들랑거려

빌려 사는 전세 집

공허

괜히 바빠지는 생활

땅이

밟히지 않는 발바닥

밤새도록 불을 켠

뻥한 눈 동공

네모틀에 갖혀진

각진 가슴

높다가 주저 앉는

혼 빠진

빌딩 탐욕

 

내가 자로 재고

내 생각 모양대로

내 때깔 뭍혀

지어 살고 고쳐 살고

나즈막한

고향 동네

굴뚝있는 연기나는 집

누구네 집이라고

사립문 기둥에

이름표 건 집

손 들면 지붕 닿고

참새 둥지

처마에 재비 둥지틀고

마당이 있는 집

멍멍이 한 마리

할머니 이야기가

문 창살 사이로 새어 나오고

두레박 올려

물 한 모금 목 적시던

샘이 있는

뒷동산 소나무

밤새 울어 시상 띄우고

저녁이면

대나무밭

비둘기 찾아드는 곳

장독대

고추 잠자리 한 마리

꿈을꾸던

해바라기

여섯

가을부터 나오는

온돌 냄새

얼굴 가득한 안방

군 고구마

한 입 까물던

시골

동산 아랫집

우리집이

너무

그리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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