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여행

집다리골

마음의행로 2016. 6. 1. 16:28

 

 

 



춘천댐을 돌아 좁은 구 도로로 접어들면 구불 구불
옛길의 정취가 살아나오고 어머님 이버님이 걸으시던
고무신 길 신작로가 이어진다
작은 호수에는 낙싯집이 호수가에 둥둥 떠 있고
한 철의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죄측 산 밑으로는 팬션들이 주욱 나열되어
냇가를 중심으로 졸고 있다
주 중이라서인지 사람 인척이 나지 않고 
조용한 시골 아니 적막한 촌골이었음을
알 수 있었다

곧장 1km 정도 가면 이상원 미술관이 나온다

그는 춘천에서 태어나

영화 간판 그림에서부터 그림을 시작했다

그 유명한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간판을 동양극장에 20분만에 그려내었다고 한다

또 안중근 의사의 영정을 박정희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그렸고 좋은 평을 받았다고 한다

90도 이상이나 오른쪽으로 구부러진 길을 따라 올랐다

계곡의 시작점에 이르자 길은 조금씩 가파라지고
양쪽 산들이 무섭게 고개를 숙이고 우리를 내려다 보고 있다
어디서들 오시는 님들인고?
예  저희는 서울에서  휴양차 들린 곽서방이라 
하옵니다
이곳은 먼저 나에게 인사 먼저 해야 하니까
잠시 입구 매표소에서 사정 이야기를 하고
점검을  받은 후에 양쪽 산신령님께 인사하고
입장하시게
잘 알았습니다
두 가족이 입장하게 되었습니다
신고식을 마치니  이 길을 따라 주욱 올라가서
생강나무 집을 찾으란다
생강나무 아그배나무 쪽동백 복자기 등 
모두 나무 이름으로 된 
집들이 산 기슭을 따라  지어져 있다
두 높고 짙은 숲으로 우거진 산이 80도 
각으로 우리를 위협적으로 지켜보고 있다
산은 물은 내어 계곡을 만들고 바람을 불러들여
물소리 바람소리 새소리들  뿐 그  이상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계곡은 가팔라 물소리는 더 크고 숲 전체에
깊숙히 퍼뜨려 놓는다
생강나무 함박꽃 밤나무 꽃, 층층이 나무꽃
산딸나무꽃 다래꽃이 한창이다
홍천에서 소식이 왔다
직장 후배가 그곳에서 꿀을 생산해서 
질 좋은 자연산 꿀을 정직하게 팔겠다고
바로 온라인 송금을 하여 여기 오기전에
받았다 자연산이란 이런거로구나 느낌을 받있다
좀 떨어져 있지만 홍천은 한시간 거리이다
아마도 그곳의 꿀도 이런 자연이 준 꽃에서
나온 꿀이 아니겠나 싶으니 잘 구매를
하였다 여겨진다
사실 산에가면 산을 보지 못하듯 이런 계곡에 오면
나로선 찍을만한 사진 소재가 부족하기 마련이다
그래도 어디든지 건질만한 꺼리는 꼭 하나는 있는게
그동안의 경험이다
오늘은 다래꽃을 처음 보았다
콩알만한 크기로 힌색 꽃잎 속에 예뿐 눈알같은 수술이 들어 있었다
하나는 함박꽃으로 둥그렇게 꽃잎이 씨방을 감싸고
함박 웃고 있었고 그 옆에 한 녀석은 누렇게 시든 놈도
있었다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로다
산과 물은 그 자체였다
서울의 그 뿌옇던 미세먼지를 피해 이곳에 오니
바람에 어느덧 걷히고 무념의 시간을 위해
찾아온 이곳은 집안 식구도,  있었던 과거도,
줄여나가 단촐해진 산림살이도 보이지 않고
생각도 나지 않으니 휴식 중 휴식 다운 휴식을
가지게 되었다
오염이 적으니 계곡 바위 틈엔 돌 단풍이 
곳곳에 박혀 있고 이곳 저곳에 뱀과 독충에 주의하라는
팻말이 꽂아져 있었다
고개를 한참 들어야 하늘이 보이고
떨구어야 계곡이 보이는 곳
24시간 계곡물은 소리를 만들어 잡념의 틈을
열어 주지 못하게 귀를 도시의 케케 굉음에서
잠재워 주고 이상하리 만치 자신과  새소리만을
허용하여 주고 있었다
나무가지가 바람의 존재를 보여 주고 
물소리가 서울의 잡음을 없애 주는 곳
산과 숲과 바람과 계곡물에 생산된 물소리가
오랜만에 나의 거울이 되어 주고 있었다
찌들고 묵은 마음의 떼가 보이기 시작했다
한 가닥이 올라오자 또 여러 가닥이 연이어
올라온다
수 십가지가 폭포수처럼 올라오더니 
한거번에 혼돈의 세상으로 몰아간다
빗방울이 괴이더니 흐른다
하나 둘
우뚝 솟은 작은 바위를 두고 양쪽으로 흐르더니
옆으로 길게 열린 연못으로 들어간다
짠물이 들어가서야 빗물이 아님을
깨닫게 되었다
무엇이 이렇게 바쁘게 몰고 가게 했는지
왜 탈색된 공간에서
본연을 잃고 살아왔는지 변색된 마음
탈색된 생각들
추상화를 그려 놓고도
의미도 뜻도 모르고 살아온 한 세상
큰 나무 작은 나무 어울리고 
바람으로 
속삭이는 입을 열어 
산을 만들고 숲을 만들고 꽃을 만들고
향을 만들어 한 계곡을 가득히 채우고도
빈 공간을 열어 놓으니
비우고 빈  공간에서 나는 통곡을 한다
비워도 비워도 비워지지 않는 공간을
또 비우라고....
아직도  비울게  무섭도록
너는 남겨두고 있노라고....
여기서 찾은 버릴것들 목록을 적어두기 
여념이 없다
자연으로 돌아가랬지 
그곳에 있는 빛  색갈 소리의 삼원이 하나되어
너를 다시 만들어 나갈꺼야
있어도 보여도 들려도 채우지 않는 
자연으로  돌아가라
갑자기 소나기가 쏟아진다
숲도 산도 계곡 물도 산새소리도 바람도
다 참선을 한다
모두 비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잠에서 깨어 난다
이불개고 빗자루 들고 청소하고 걸레로 닦고
부잌으로 가서 밥을 짓고 국을 끓인다
세수하고 모두 둘러 앉았다
우리도 고개를 숙이고 참선에 들어 갔다
산이 되고 물이 되고 나무가 되고 꽃이 되고
향이 되고 바람이 되어 달라고....
아니
저 검은 산과 산 사이로 보이는 하늘에 달려
떨어질 것 같은 저 파란 별들이, 
저 별들이 
되어 달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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