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가 지속되니
자연이 먼저 마른 기침을 시작한다
땅은 흙먼지를 펄펄 내고
나무들은 자기 팔을 하나씩 고사 시겨 간다
풀 잎들 바삭 말라 붙어
불에 탈듯하고
산목들 마져 비실거린다
새벽녁 잎에 내려 뭍은 이슬 목 축이려다
아침 햇살 한가닥에
더 말라버린 잎들
한 낮의 강한 열 빛은
땅에 붙어 사는 것들에 저주의 노래를 부르는가
빛과 물의 싸움은 오래도 간다
새우 싸움에 고래등 터진다고
바닥에 사는 식물들만 죽어 나간다
올 해는 왜 장마도 늦나
남쪽은 그래도 비가 가끔 찾아 주는데
중부는 한 없는 목마름이다
모처럼의 태풍 소식이 반가울 지경이다
강 바닥 쩌어억 쩌어억 갈라져
오각형 거북등
아끼다 말라버린
보리고개 개떡
삼라만상 다 목말라 죽어가도
사람 마실 물 남겨 둔 이 자연에
감사를 드린다
자기 희생하고 당신들 살려 낸
그 마음이 바로 천심이라 싶어
갚기라도 하듯
담아온 물 한 병을 풀에 쏟아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