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합글

가뭄

마음의행로 2015. 7. 9. 06:02

장마가 지속되니

자연이 먼저 마른 기침을 시작한다

땅은 흙먼지를 펄펄 내고

나무들은 자기 팔을 하나씩 고사 시겨 간다

풀 잎들 바삭 말라 붙어

불에 탈듯하고

산목들 마져 비실거린다

새벽녁 잎에 내려 뭍은 이슬 목 축이려다

아침 햇살 한가닥에

더 말라버린 잎들

한 낮의 강한 열 빛은

땅에 붙어 사는 것들에 저주의 노래를 부르는가

빛과 물의 싸움은 오래도 간다

새우 싸움에 고래등 터진다고

바닥에 사는 식물들만 죽어 나간다

올 해는 왜 장마도 늦나

남쪽은 그래도 비가 가끔 찾아 주는데

중부는 한 없는 목마름이다

모처럼의 태풍 소식이 반가울 지경이다

강 바닥 쩌어억 쩌어억 갈라져

오각형 거북등

아끼다 말라버린

보리고개 개떡

삼라만상 다 목말라 죽어가도

사람 마실 물 남겨 둔 이 자연에

감사를 드린다

자기 희생하고 당신들 살려 낸

그 마음이 바로 천심이라 싶어

갚기라도 하듯

담아온 물 한 병을 풀에 쏟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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