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어사 해 질 녘 범종소리가 주변 온갖 만물상 속 자기를 깨우고 법 마당 3층석탑 법의를 두르고 별 길을 찾아가나 산새들 나뭇가지에 밤을 심었다네 스님들 동안거 숨 들었을 때 손에 잡힌 경전이 자라던 키가 겨우 잠에 듭니다 범종이 알린 메아리를 이데아라 하고 맥놀림을 그림자라 한 스님이 그리했다 하오 그 많던 자아는 어디로 물러 가고 작은 스님 신었던 고무신 법당 문 앞에 눈 감고 앉아 있습니다 법 일로 사는 배고픈 하루 스님의 호흡은 배꼽을 돌아나와 해 맑은 얼굴 우주 한 켠을 헤아릴 탑이 되었다가 새가 되었습니다 평생 주저 앉은 석탑의 침묵으로 흔들리지 않으려나 처마 끝 번뇌를 깨우려는 듯 땅그랑 깨어지는 풍경소리에 잠을 깨어 텅빈 공간이 들어오는 것을 봅니다 웅어웅어~ 범종이 알리는 새벽 예불 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