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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사는 거라고요

말 너무 쉽네요 공부도 쉽고 노래도 쉽고 지나기가 쉽고 좀 어렵네요 사람 알아가기가 어렵고 일한 대가 받기가 어렵고 먹여 살리기가 어렵고 나를 찾기가 어렵고 너무 어렵네요 남을 이해하고 나를 낮추고 타인을 사랑한다는 것 다 내 잘못이라는 것 세상에 더 어려운 게 있을까요 난 있어 보입니다 한 우주를 품고 기르고 끝까지 사랑한다는 것 입이 아니라는 것 손이요 발이요 머리끝이요 피였고 애간장이었고 참음이었고 견딤이었고 그래 그래였고 오냐오냐였고 눈물 한 방울이었다는 것 다 품으신 한 줌 어머니

시 글 2023.07.19

이외수의 "청춘 불패" 중에서

누에의 한살이는 알에서 출발한다. 알은 일차원적인 생명체다. 하나의 점으로 붙박여 무기력한 모습으로 살아간다. 자신이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 모른다. 그러나 때가 되면 알은 순리의 법칙에 따라 부화된다. 부화된 알을 우리는 누에라고 부른다. 누에는 이차원적 생명체다. 자신의 몸을 움직여 면 이동을 한다. 한 자리에 붙박여 있을 때의 알에 비히면 엄청난 발전이다. 누에는 뽕잎을 갉아 먹으면서 성장한다. 성장하는 동안 탈피를 위해 네번의 잠을 잔다. 그리고 잠자기가 끝나면 고치를 만든다. 고치를 만들어 번데기로 변한다. 절대 고독, 번데기는 캄캄한 고치 속에서 도대체 무엇을 꿈꾸고 있는 것일까. 그대도 알고 있을 것이다. 누에가 만드는 고치로 비단을 만든다는 사실을, 동서의 문명을 연결하는 저 장열한 실..

나의 여행 2009.07.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