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데기 2

매듭들

매듭 참 짜증이다 시장 검정 비닐봉지 꽉 다문 입 풀려는 손톱 끝보다 가위로 잘라버릴까 끝까지 풀어낼까 갈등이 번데기 좋아하는 옆지기 씻고 삶고 물 빼고 소금 넣어 볶아 놓았더니 한 숟가락도, 미더워서나 감격해서나 시험 삼은 날 작은 유리그릇 두 숟갈 질러 넣었더니 안개 낀 남산 벗어나듯 맑게 개어있다 참 그렇다 손자 젖떼기 꼭지처럼 그 순간 간지러웠을까 아팠을까 울 할머니 시집 안 가겠다던 딸애 고행 여행 가던 날 아침 매듭바람 시원했을까 벌써 기다려졌을까 어미 낮 살은 중도층 꽃 매듭진 낙화 자리 목련 빨갛다 매듭은 자르지 말고 풀어야 복 들어온다 귀가 운다

시 글 2023.04.07

이외수의 "청춘 불패" 중에서

누에의 한살이는 알에서 출발한다. 알은 일차원적인 생명체다. 하나의 점으로 붙박여 무기력한 모습으로 살아간다. 자신이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 모른다. 그러나 때가 되면 알은 순리의 법칙에 따라 부화된다. 부화된 알을 우리는 누에라고 부른다. 누에는 이차원적 생명체다. 자신의 몸을 움직여 면 이동을 한다. 한 자리에 붙박여 있을 때의 알에 비히면 엄청난 발전이다. 누에는 뽕잎을 갉아 먹으면서 성장한다. 성장하는 동안 탈피를 위해 네번의 잠을 잔다. 그리고 잠자기가 끝나면 고치를 만든다. 고치를 만들어 번데기로 변한다. 절대 고독, 번데기는 캄캄한 고치 속에서 도대체 무엇을 꿈꾸고 있는 것일까. 그대도 알고 있을 것이다. 누에가 만드는 고치로 비단을 만든다는 사실을, 동서의 문명을 연결하는 저 장열한 실..

나의 여행 2009.07.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