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서장

유배

마음의행로 2024. 5. 5. 20:07

빈속이 어지러워서 어디엔가는 연락을 해야 될 것 같았다
꿈꾸는 사이는 시작과 끝이 없었지
빈 공간이란 어디에도 연결할 수 없는 사막에서 얻는 공명 같아서
끄나풀을 찾지 못하고 마구 뒤적였지
네가 앉았다가 간 곳은 다
너 혼자서 캄캄한 우주 속에서 껌뻑였을 네 눈을 찾아가면서
은하철도 999 노래가 쟁쟁했어
너는 자유했니
섬에 놔두고 떠나버린, 주인 비슷한 차량만 지나가면 짖던 그 모습이 너 같았어
그걸 뭐라 하지
정약용 아니야 더 멀리 보낸 정약전이었겠지
하마터면 중국으로 팔릴 뻔했다는
수취인의 귀띔엔 입양 보낸 속내 같았지
어쩜 그렇게 야물어지는지
다 잊고 수필집을 읽고 있었네
지하철 사무실에 놓고 간다는 연락을 받았으니
도망가거나 멀어지고 싶었구나
어찌 되나 눈치를 보며
놔둘 걸 그랬나
오랜만에 그녀와 당기는 기분
오늘 밤 술 한 잔 하자
가끔 떨어져 살아볼까 신선한 새 살이
돋아나는 것 같잖아
복잡할 때는 서로를 reset을 해
오늘이 그런 날이었으면 하고
비가 오니 꼭 봉천동으로 오라고
사실은 나 요즘 좀 앓고 싶어
관절 다 물러나간 오래된 유골처럼
네가 삼척쯤 가서 연락을 주었으면
관절 주어 모아 좀 멀리 채비했을 텐데
이건 허기어서 일까 무너진 둑이어서 일까
우산 없이 나왔어
비나 실컷 같이 맞자
(핸폰 잃어버리고 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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