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글

박쥐

마음의행로 2023. 4. 3. 23:14

매달려 본 적 있으신가요 무언가에
무게를 자유롭게 날개로만 
부채질하는 구름이나 가능할까  달을

떨어지는 끝에 거꾸로 매달려 사는 새가 있다
중력을 인정한 유일한 호롱불 신념

그가 말합니다
땅바닥에 다리를 매달고,
사는 두 발 짐승
중력을 헤집고 못 빠져 나와 피곤해 진 허리

목이 긴 기린도 물마실 때 주둥이를
중력 쪽에 둔다지요

수양 버드나무 가지
들이킨 내장 거꾸로 매달린
무게에서,
가볍게 해탈 하늘하늘
바람 날개로 와 그네 태워주고 

중력은 상하를 바꾸면 평편한 저울 바늘이 될까

무거운 언어를 결에 실어 
가벼히 날리는 내리 뻗은 줄가지들

평생 매달려 자유를 얻는 새, 박쥐
중력을 거스른 바람처럼
날리는 치마처럼
오늘을 비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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