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창 선운사에 간다 하니 고창에 가면 풍천 장어를
먹고 오란다
그 만큼 유명세를 가지고 있는 곳이다
지금은 거의 대 부분 양식이지만 전에는
가까운 갯펄이 있는 곳에서 장어가 많이 났었다
선운사 하면 느끼는 사람에 따라 다르다
그림을 그리는 미술가라면 아마도 뒷 산에
들어 앉아 있는 본당을 생각하면서 액자 안에
미리 넣어 보고 앞 산 두 봉우리를 바라보도록 지었을
건축가의 머리에 숙연함을 가질 것이다
건축가라면 모르면 몰라도 굽어져 있는
나무를 그대로 기둥으로 삼은 친 자연주의에
놀랐 것이요
사진작가라면 앞 개울에 물든 단풍에 마음을
빼앗기고 넉을 놓았을 것이다
절 뒤에 구름 능선처럼 어울러진 동백나무에
핀 동백은 추운 겨울을 잊게하고
오래 피어 벚꽃이 만발할 때까지 모습을
유지한다
늘 느끼지만 서해안 쪽 사찰은 채색이 자연스럽다
옛날 원색에서 자연히 변한 모습 그대로를
간직하여 절의 맛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어
사찰의 진수를 가져갈 수 있는 순수함을
지닌 곳이다
이런 사찰에 오면 진정한 휴식을 가질 수 있다
부와 힘을 자랑하는 채색된 사찰에서 배울 것은
세상 뿐이다
그러나 선운사에 가면 극락을 만날 수 있다
굽은 나무 기둥에서 나즈막한 절의 위치에서
채색이 덧칠하지 아니함에서 서민적이고
자연주의적이며 겸손함을 저절로 배우게
하는 사찰 선운사
한 번 갖다오면 평생을 잊지 못하는 곳이여
부처를 몰라도 부처를 보게 되고
스쳐만 지나도 성불을 이루는 곳
관광은 사찰 체험으로 변하고 오래 사용한
은 수저에 싱건지의 맛을 느끼는 곳
그대라면 마음 내려놓고 서너 달은 아무
생각없이 지내도 더 편해 질 수 있을 절이여
아마 그대 혼은 백제의 영혼을 그대로 이어온
품결일터
선운사는 진정한 사찰 그 사찰의 모습을 지닌
사찰로 끝없이 이어져 남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