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글

터미날 9

마음의행로 2011. 12. 20. 23:21

아난다야,

밤하늘의 별들이 유난히 반짝이는 것을 보니

나도 이제 이 터미널을 떠날 때가    되었구나.

아난다야,

나는 평생토록 병원과 터미널에 쪼그리고 앉아 생을 구경(究竟)하여 왔으니,

나의 경전 또한 그곳에서 펼쳐볼 수 있을 것이다.

아난다야, 슬퍼하지 마라.

이 세상은 만나서 아프고, 또 헤어져서 아픈 것이다.

슬픔은 너무도 가까이에 있고,

기쁨은 별똥별처럼 사라지고 만다.

아난다야,

산다는 것은 그렇게 아픈 것이다.

저 모텔의 불빛처럼 우리는 모두 지나가는 객일 뿐이다,

아난다야,

그러니 문고리를 붙잡고 너무 슬퍼하지 마라.

이제 버스가 오면 나는 다시 객으로 돌아간다.

아난다야,

슬퍼하지 마라.

산다는 것은 그렇게 아픈 것이다.

 

이홍섭

 

 

'시 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괴팍한 할망구  (0) 2014.01.19
음악<최정례.시인>  (0) 2012.01.10
문의(文義)마을에 가서/ 고은   (0) 2011.12.13
낙타  (0) 2011.11.28
부부/함민복  (0) 2011.08.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