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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름은 할아버가 지으셨다
아버지는 그 이름을 불렀다
나를 낳은 부모는
나를 만들지 못했을까?
할아버지도 부모도 계시지 않는
지금
누가 나를 부른다
할아버지가 지은 이름이 귀에 들어온다
누가 또 나를 부른다
아버지가 부르는 이름에 답한다
누가 할아버지 함자를 묻는다
할아버지 자신이 짓지 못한
그 이름을 나는 말한다
할아버지는 영정이 없다
나 아닌 나를 절대 찍지 말라 하셨다
이름만 있는 할아버지
절반은 할아버지고 절반은 할아버지가
아니었다
1/2 만이라도 할아버지 이고 싶으셨다
내가 내 이고 싶다면
나는 이름과 얼굴의 가면을
집어 던져버려야 한다
내 부모는 진정 나를 만드셨다
이름이 없는 나를
옛날에 이름을 개똥이 소똥이라고 지었던 이유가 여기에 있었던 것은
아니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