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합글

빨대

마음의행로 2018. 12. 25. 21:19

 

참 재미있고 살기 좋은 동네였다

서울 같지 않게 소박하고 활기가 넘치고

이웃간에 정이 있고 왕래 잘 하고

이웃과 나눠 먹기도 잘 하고

여자 분들은 만나면 마을 이야기가 넘쳐 났다

음식점도 많았고 없는 것 없이 다 갖추고 있어

살기 좋은 동네로 이름이 있었다

이 동네는 동네 상점을 서로 이용해 주고

밀어 주니 따숩고 정 깊게 사는 마을이었다

석이 엄마!

그게 뭐야?

아! 목욕탕 앞 가게에 XX마트가 들어왔어

거기서 받은 수건과 프라스틱 그릇이야

빨리 가봐

그럼 민수네는 어떻게 됐어?

가게를 비싸게 주고 팔고 나갔나봐

마을에는 이상한 흐름이 감지 되었다

아르바이트 한 사람이 운영하는 마트를

이용하는 사람은 주로 젊은 층이었다

마트가 24시간 문을 열자 젊은이에게는

편리하지 않을 수 없는 존재가 되었다

마을은 금이가고 틈이 생기기 시작했다

문제는 또 다른 마트가 들어오고

또 들어왔다

장사가 안되고 상점들이 문을 닫기 시작했다

나중에는 학교 앞 문방구들끼지 문을 닫았다

상권은 마트로 넘어갔다

마을은 식어가고 메말랐다

동네 가게가 대 부분 문을 닫기 시작하면서

아주머니들의 이야기 통로는 막히고

협력하고 돕고 살았던

동네는 점점 신경이 날카로워졌다

하나씩 떠나는 사람들로 썰렁한 분위기가 이어졌다

'안녕하세요'

인사는 줄어들고 동네 사랑방 가계는

차차

옛 이야기가 되어가고 있었다

마트끼리 경쟁은 점입가경이 되고

마침내 망해서 나가는 마트까지 생겼다

그동안 서로 서로 돕고 살았던 마을

무궁화 채송화 해바라기 맨드라미

백일홍 봉선화 꽃은 한파로 모두 말라 버렸다

환한 간판과 그 안에 푸르스럼하고

쌀랑한 LED 불꽃은 이 동네 주인처럼

들어 앉았다

동네는 IMF 주사로 마비되고 동네 경제는

사막화가 되었다

할아버지 할머니 엄마 아빠 이모님

자식 손자 손녀들이 손잡고 돌아 다니던,

나의 살던 고향은 꽃피는 산골

복숭아꽃 살구꽃 아기진달래

울긋불긋 꽃 대궐 차리인 동네

그속에서 놀던 때가 그립습니다

꽃 동내 새 동내는 영원히 올 것 같지 않다

마당이 있는 집은 모두 헐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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